낚시 어선 거진·대진까지 진출, 문어 잡아
고성 문어잡이 어민들 ‘반발’ 해상 시위

바다에서 취미활동을 즐기는 해양레포츠 인구가 급증하면서 그동안 동해안에서 발생한 어민과 레저동호인들 간 갈등이 어민 간 갈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1일 고성군에 따르면 죽왕면 공현진항 소속 낚시 어선들의 영업활동과 관련, 지난달 28일 거진과 대진 지역 문어연승 어선 140여 척이 해상시위를 벌였다.

29일에는 고성군연승연합회와 거진·대진지역 자망협회 소속 어선 350여 척이 해상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10여 일 전부터 죽왕면 공현진항 소속 낚시 어선들이 외지 낚시관광객을 태우고 거진과 대진 해상까지 올라와 문어낚시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10척의 낚시 어선들이 외지 낚시꾼들을 태우고 북상, 수백㎏의 문어를 잡아가는 것은 문어잡이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해양레포츠 활동 관련 갈등은 다이버들의 양식장 무단 침범과 수산물 채취 등을 놓고 벌어진 어민과 레저동호인들 간 다툼이 주류를 이뤘으나 어민 간 갈등이 불거진 것은 동해안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고성군과 수협, 강원도환동해본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양측 어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으나 해법 마련이 마땅치 않다.

간담회에서 저도어장 대문어축제가 끝나는 7일까지 낚시 어선들이 간성읍 동호리 이남 해역에서 영업하기로 일단 합의하고 더 구체적인 조율은 축제가 끝난 후에 다시 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규상 낚시 어선의 활동을 규제할 방법이 없는 데다 낚시 어선들 역시 합법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주장이어서 갈등 조정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현행 법규상 신고사항인 낚시어선업은 영업구역과 활동범위를 비롯해 낚시로 잡을 수 있는 어종에 대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다”며 “양측이 원만하게 합의하지 않는 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관광객이나 낚시동호인들을 상대로 하는 낚시어선은 어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일정 자격을 갖춘 어민이 신고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

그동안 낚시어선은 가자미를 주로 잡았으나 문어까지 범위를 넓히며 갈등이 불거졌다.

문어잡이 어민들은 “어자원 보호 차원에서 지난 3월 한달 간 시행한 문어 금어기까지 동참했는데, 관광객이나 낚시동호인들까지 문어를 잡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와 관련, 수산 분야 전문가들도 “다른 어종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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