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대한민국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로또를 맞는 것과 같다.” 10년 전 5월의 이맘때쯤, 신규교사였을때 어느 유명한 교수의 학부모 대상 강연에 간 적이 있다. 책과 방송을 통해서만 보았던 교수의 말에 그날 참석했던 많은 학부모들이 맞장구를 치며 웃었지만 필자는 웃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후회한다. 그때 많은 청중들 사이에 숨어 아무 말도 못한 것을. 그리고 다짐한다.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당당히 말할 거라고. “죄송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좋은 선생님이 참 많이 계십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본인의 사명을 다하느라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교육계에서 터진 사건의 댓글을 보면 자신들의 학창시절 나빴던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적으며 전체 선생님들을 반 범죄자로 매도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한 댓글을 읽다보면 교사로서 반성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힘이 쭉 빠지곤 한다. 물론 필자의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선생님도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좋은 선생님도 많았다. 그리고 아직도 가슴속에 어린 시절 그분들이 해 주셨던 따뜻한 말씀과 표정을 간직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필자를 생각해본다. 약간의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지닌 아이였다. 1학년 입학 후 한달 넘게 선생님이 들어오셔도 책상에 앉지 않고 수업시간에도 돌아다녔으니 말이다. 어머니는 선생님으로부터 “윤호는 보통 교육이 아닌 특수 교육을 받아봐야 하지 않느냐”라는 전화까지 받아야 했다. 그런 필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양팔 벌려 안아준 2학년 때 은사님 덕분에 당시의 필자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했다.

필자의 은사님처럼 대한민국에는 수많은 좋은 선생님이 있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은 교사 혼자만의 노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학부모와 학생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운좋게도 좋은 학부모와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첫 교편을 잡고 몸져 누웠을 때 격려의 편지와 함께 자취방 앞에 두고 간 학부모의 약 봉투,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쓴 아이의 편지, 추운겨울 선생님 드리려고 가지고 왔다며 헐레벌떡 뛰어온 아이의 품에서 건네받은 붕어빵 한 조각.

필자는 교직에 나오는 순간까지도 교사가 될 줄 몰랐다. 아니 자신이 없었다. 모범생도 선생님 눈에 띄는 뛰어난 학생도 아니었기에. 하지만 좋은 동료 교사, 좋은 학부모, 좋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점점 필자가 어린 시절 존경했던 선생님의 모습에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2017년 5월의 어느 날. 오늘도 바쁜 일상 속에서 모두가 바쁘고 힘들다. 학교도 그렇다. 기념일이 많은 5월. 이제는 감사의 인사를 건네기에도, 학부모가 찾아오는 것조차, 학생을 만나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각박한 세상이다. 그래도 지금 이 순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네요.” “엄마, 아빠. 늘 표현 하진 못하지만 사랑하고 고마워요.” “얘들아, 너희들이 있어 선생님은 오늘도 행복하단다.”

정윤호 염포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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