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신비의 슈퍼푸드, 녹차

 

항암효과 있는 카테킨 녹차에 함유
혈압 낮추고 집중력 높이는 효과도
이뇨작용 강해 약물복용땐 주의해야

기념일이 많은 5월에는 각양각색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사랑이 필요할까?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급식을 먹고 나가면서 선생님 한 분이 사랑가를 불러주신다. 순간 나도 모르게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답가를 부르고 있다. 마침 식사를 하러 오신 교장선생님께서 사랑가 한 구절을 불러주신다. 식판을 든 아이들도 인사를 한다. “교장선생님! 사랑합니다.” 급식실에는 웃음꽃과 사랑꽃이 피었다. 우리학교 인사말은 “안녕하세요?”가 아닌 “사랑합니다”이다. 사랑을 남발하고 기분이 너무 좋은 필자는 녹차로 마음을 진정시킨다.

“저랑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남자가 말을 건넨다. “싫어요.” 여자의 단호한 거절에 남자의 얼굴이 붉어진다. 잠시 후 옅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커피 말고 차는 안되나요? 제가 녹차를 좋아하거든요.” 5월8일이 결혼기념일인 필자의 30년 전 사랑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들이댕’이 별명인 필자가 먼저 사랑을 했을거라 생각한다. 맞다. 사랑의 묘약인 녹차를 내가 먹였다.

녹차의 고장, 전남 보성이 고향인 필자는 녹차 제조법을 아버지께 배웠다. 친정아버지는 동네에서 최초로 조그마한 녹차밭을 일구셨다.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생계 작물 대신 녹차를 심어 차(茶) 한잔으로 당신이 즐길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사치를 즐기셨다. 생각해보니 아버지의 녹차는 자식들에게 건강한 삶을 물려주기 위한 사랑의 선물이었다. 필자에게 “차 한잔할까?”는 단순히 목을 축여주는 음료가 아니고 마음을 이야기하고 건강과 사랑을 나누는 의식이며 가장 합리적인 사치이다.

세상에 녹차만큼 오묘한 슈퍼푸드(super food)가 있을까? 감히 설명할 수 없는 영양과 논 할 수 없는 맛의 깊이는 숨 쉴 사이 없이 떠벌리다가도 말을 멈추게 한다. 녹차는 미국의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슈퍼푸드다. 슈퍼푸드는 인체 노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 박사의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라는 책의 제목에서 나온 말이다. 슈퍼푸드의 종류와 범위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으나,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고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섬유소를 포함한 생리활성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함유하고 있는 식품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식품은 심혈관 질환,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과 암 발생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고,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등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약과 같은 좋은 식품이다.

녹차의 쌉싸름한 맛은 카테킨이라 불리는 탄닌성분 때문이다. 항산화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인 카테킨은 항암 효과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녹차의 또 다른 성분 중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은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추며 학습능력과 집중력을 높여주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를 많이 마셔 다산(茶山)이라 불렸던 정약용은 음주망국 음차흥국(飮酒亡國 飮茶興國)을 이야기 했다. 술을 마시면 나라가 망하고 차를 마시면 나라가 흥한다는 뜻이다.

나라의 흥망성쇠가 달려있을 정도로 차 한 잔이 사람들의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몸을 튼튼하게 한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녹차와 약을 함께 먹으면 서로 결합해 약효를 떨어뜨리며, 녹차는 이뇨 작용이 강해서 약물의 체내 잔류 시간을 짧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친구가 보성다향축제와 첫물차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와 맛있게 먹었다고 고향소식을 전해준다. 녹차는 잎 자체도 훌륭한 요리 재료다. 녹차를 우려낸 물로 밥을 짓고 수육 요리 시 녹차를 우린 물에다 고기를 삶으면 깔끔한 맛이 난다. 녹찻잎을 수시로 요리에 쓰려고 집안 베란다에 심어두었는데 모두 다 죽여 버린 적이 있다. 화분을 정리하면서 영화 레옹의 사랑이야기를 되새겨본다. 레옹은 화분의 식물을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가꾼다. 레옹이 죽은 후 마틸다는 그 화분의 식물을 땅에 심어준다. 어린 그녀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착각한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꺾어 화병에 꽂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물을 준다.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그대 그리고 나의 건강과 사랑을 위해 “우리, 녹차 한 잔 할까요?”

박금옥 개운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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