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스템의 신속·과감한 정비
정치권 갈등과 민심 통합을 통해
장밋빛 미래 이끌 지도자 뽑아야

▲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작년 10월께 한 방송사가 최순실 태블릿PC의 존재와 그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시작된 촛불정국은 흐드러진 장미 터널을 빠져 나오면서 내일 한 표의 주권 행사로 그 일단의 막을 내리게 된다. ‘장미대선’이라는 행복한 이름이 무색하게 벼락치기 선거에 나서는 국민들의 마음은 마냥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장미는 통상 관능적인 사랑을 상징하는 꽃의 여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세계사의 고비마다 변화와 개혁에 대한 열정의 꽃으로 등장한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화라면 장미는 기독교를 상징하는 꽃이다. 붉은 장미는 예수의 피를, 흰 장미는 성모 마리아의 눈물을 나타낸다. 예수의 피는 새 시대를 여는 부활을, 성모의 눈물은 예수를 못 박은 인간들에 대한 끝없는 자비를 함축하고 있다.

1455~1485년 영국의 왕위 계승을 두고 벌어진 요크가문과 랭크스터 가문 사이에 벌어진 내란은 양 가문의 문장이 장미라 장미전쟁으로 불리운다. 전쟁의 결과로 튜더왕조가 시작되면서 중세 봉건 무사계급이 몰락하고, 절대왕조 시대가 도래, 의회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세계여성의날의 기원이 된 1908년 미국 뉴욕의 섬유산업 여성노동자 시위와 1912년 로렌스 직물공장 여성 노동자 파업의 구호는 ‘빵과 장미’였다. 이때 빵은 임금인상을 통한 생존권 보장을, 장미는 여성 참정권 보장을 통한 인간답게 살 권리의 확보를 의미한다. ‘빵과 장미’ 파업은 여성 인권이 한단계 향상되는 계기가 됐다. 미국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몸과 함께 마음도 굶주린다네/우리에게 빵을 달라. 그러나 장미도 달라.”는 유명한 시구절을 남기기도 하였다. 2003년 구소련 서남부의 조지아 시민들이 세베르드나제 대통령의 부패와 부정선거 모의에 항의해 장미를 들고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장미혁명’ 이후 조지아는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있다. 이 ‘장미혁명’은 우크라이나 민주화 운동인 ‘오렌지 혁명’이나 카르기스스탄의 ‘튜울립 혁명’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장미는 변화와 개혁, 혁명의 열정으로 새 시대를 여는 꽃이다. 장미의 상징이 이번 대선이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상통한다는 점에서 ‘장미대선’은 계절과 정신을 함의하는데 손색이 없는 절묘한 작명이다.

우리는 압축 경제성장과 압축민주화에 성공했지만 날새기 공부의 심각한 후유증은 ‘헬조선’을 낳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열망이 임계점에 도달했다. 여기저기서 수차례 경보음이 울렸음에도 상황의 위중함을 외면한 박근혜 정부는 진부한 구체제의 민낯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몰락을 자초하고 말았다. 장미대선으로 선출될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의 몰락에서 드러난 각종 폐해를 일소하기 위한 국가 시스템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비와 조각난 정치권과 민심의 자비로운 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을 받들고 또 받들어야 한다. 만약 이를 외면하고 또 다시 독선과 자만으로 정권 획득이라는 단물을 빠는데 안주한다면 장미대선이 장미혁명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대선 후보자들의 TV 토론을 지켜본 많은 국민들은 이 어려운 상황을 수습할 만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토론에 나선 후보들이 정책의 최대공약수를 찾아내 누가 되든 나머지 후보들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서약하는 장면을 기대했지만 상대 후보 면박주기로 일관했다. 오늘까지도 많은 흔들리는 표심들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직 대통령을 끌어 낸 마당에 투표를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에는 자잘한 정책의 호불호보다 토론에서 드러난 국가시스템 개혁에 대통령직을 걸 수 있는 확고한 의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소통과 통합의 정치력을 선택의 제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훗날 ‘2017년 장미대선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은 국력이 한 단계 도약하였고 이때 남북통일의 기틀이 마련되었다’는 한 줄의 국사 기록을 보았으면 하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천만송이 장미와 같은 열망이다.

신면주 울산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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