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으로 빅데이터사회 도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교육 필요

▲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르고도 시간이 꽤 흘렀는지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은 주제가 된 듯하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과 다가올 미래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우리에게 4차 산업혁명은 알파고의 이미지 정도로 머물 뿐 그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일전에 미래 사회에서 아이가 어떤 진로를 가져야 할지 묻는 학부모가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4차 산업혁명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이종 기술의 교배이다. 현재로서는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유전공학 등 요소기술(factors)들을 거론할 뿐 그 최종결과물(products)이 무엇이 될지는 전문가조차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는 불확실성보다 열린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요소기술의 결합이 산술합보다 기하곱에 가깝게 작용하고 그 결과가 예측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무한한 가능성을 불안감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일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우려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인간은 풍요와 여유를 누리는 수혜자가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구조 개편과 기존 직업의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역할은 여전히 필수적이고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많아질지 모른다. 가치 판단의 영역과 가상현실에 담을 세상 등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지금과는 상당 부분 또는 거의 전적으로 달라질 것은 분명하다.

이쯤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은 어디에 와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산업화에 요구되는 인력을 줄 세우기로 뽑는 방식은 이미 수명을 다했다. 감정 전달과 타문화 이해를 제외하고는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언어는 기계로 대체될 것이다. 암기가 논리의 바탕이라는 논쟁을 배제한다면 한 인간이 평생 암기하는 정보 그 자체는 메모리칩 하나로도 저장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학은 주어진 문제를 실수하지 않고 3분 이내에 푸는 훈련이 결코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모든 현상이 수치화되는 빅데이터 사회가 도래한다. 이 거대한 데이터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을지는 스스로 찾아야 한다. 누구도 문제를 내지 않으며 대신 스스로 문제를 규정하고 데이터에 접근해 분석방법을 만들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따라서 문제를 규정하고 수학적 논리적 접근법을 찾고 기계어(코딩)를 익히는 것 또는 만드는 것이 미래의 요소능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도 없지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놓고서 입시설명회의 학과 목록에서 정답을 골라주기를 기대해서도 안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대비 교육은 또 다른 학과의 개설을 논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롭게 제기되는 요소능력에 대한 사회적 합의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교육이 추구하는 가치의 전환, 즉 패러다임 시프트가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능동적이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에 가깝기를 바란다.

칼럼 첫머리에 예로 든 학부모의 질문은 ‘그래서 정답이 뭐예요’에 길들여진 우리의 허탈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그 질문이 입시설명회가 아닌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오는 모습을 그려본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며 너의 생각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 우리의 첫걸음이 아닐까. 5월 가정의 달에 부모와 아이와의 이런 대화도 꽤 근사하지 않은가.

장광수 울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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