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닌 불맛을 안다고 하셨다
불간이 잘 배어야 음식은 맛있는 법이라며
여린 불, 센 불
소금 대신 불구멍으로 간을 맞추셨다
이 모두,
벼락에 구워진 들소의 안창살을 맛봤다던
네안데르탈인을 닮았던 아버지 때문이었다

-중략-

그랬다, 그즈음 당신 배 속의 불길은
활활 요원(燎原)으로 번지고도 남음이 있었다
안방에서 속살 타는 냄새, 행랑까지 새 나왔으며
습습한 날 그 냄샌, 낮은 개나리담장을 타고
삽짝을 나섰다
그랬다, 그즈음 어머닌 간고등어보다 더 짤 것 같던
당신 속살마저 싱거워하셨다.

▲ 엄계옥 시인

음식 맛을 눈물 맛 정도로 간을 맞추면 입맛에 딱 맞는다는 말이 있다. 그 맛은 어머니 손맛이다. 어머니 맛은 달다. 시에는 나름의 고유 온도들이 있다. 음식 맛 나는 시에서는 불기운이 있어서 온기를 더한다. 한 생을 뜨겁게 사실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는 ‘벼락에 구워진 들소의 안창살을 맛봤다던 네안데르탈인을 닮았던 아버지 때문’이라고 한다. 부엌은 어머니의 태반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 우리들은 여린 불 센불로 익힌 음식을 먹고 자랐다. 그 어머니 손이 간을 잃어버렸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부터 라고 한다. 사랑이 짙을수록 음식 맛은 짜다고 한다. 사랑이 떠나버린 음식은 싱겁다고 한다. 짜고 싱거운 온도조차 감지하지 못할 만큼 식어버린 어머니의 온도, 이제 자식들이 돌려 줄 때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