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모르는 일을 나는 했네
난타의 박자처럼 춤추는 팔짓
이것은 기술을 넘어서는 것
내가 따르는 것은 다만 도(道)일 뿐

머리를 올릴 때 보이던 소는
삼년이 지나자 보이지 않았네
이제는 정신으로 소를 대할 뿐
내게는 뼈들 사이의 결만 보이네

-중략-

내 몸이 모르는 일을 나는 또 했네
난 문혜왕을 위해서 춤을 췄지만
그대는 내 움직임을 볼 수 없었을 뿐
내 몸의 일부 같지 않은 오른 팔.

▲ 엄계옥 시인

포정해우(庖丁解牛)는 푸줏간의 백정이던 포정이 소를 잡을 때 마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았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횟집에서 생선살을 뜨는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다. 손가락 사이에서 칼이 춤추는 형상이었다. 얼마만큼 몰입을 하면 저 지경에 도달 할 수 있을까. 모든 지극이 그러하거늘 아마도 포정의 모습 또한 그러했을 터, 그 대가에는 일만 시간이라는 법칙이 따랐을 것이다. 제 아무리 타고난 꾼이라 해도 그만한 연습과 노력 없이는 경지에 이를 수가 없다. 오롯한 정신 하나를 세워 뼈들 사이의 결을 잡고 혼신에 끌려 뼈와 살결 사이를 노닐 뿐이니!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것은 때로는 몸과 정신을 상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재미고 즐거움이라면 멈출 수가 없는 것이다. 대가들의 공통점이다. 오로지 하나 뿐. 뿐으로의 몰입은 오로지 오로지로 오르는 길,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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