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세대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
학대 등 노인 대상 범죄 위험수위
노인 공경·효 문화 확산 뜻 모아야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우리나라의 고령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에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8년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극심한 고령화 현상이 야기하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 가운데 노인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화풀이 범죄와 노인 학대 등은 심각한 위험 수위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각종 언론과 전문가들은 노인 상대 화풀이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신문 사회면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노인 학대, 노인 부양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 간의 분쟁, 노인 유기 등의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틀니가 딱딱거린다’는 의미와 벌레 충(蟲)을 붙인 ‘틀딱충’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노인을 조롱의 대상이자 우리 사회를 좀먹는 벌레 취급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어른 세대의 현명함을 의미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노인들은 일명 꼰대 세대로 불리며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방적인 비난의 정도가 심화돼 폭행 및 폭행치사 등과 같은 인명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옷 장사를 하다가 크게 손해를 입은 30대가 길을 지나던 70대 노인에게 묻지마 폭행을 가했던 일이나 지나가다 어깨를 부딪쳤다는 이유로 노인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자신의 애완견을 발로 차려 했다며 노인을 무차별 폭행해 생명을 잃게 만든 사건 등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자신보다 힘이 없는 노인을 상대로 한 폭력이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약자인 노인을 상대로 한 화풀이 범죄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만만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분노를 기반으로 한 피의자는 방어력이 약한 노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기 쉽다”고 하였고, 이응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자신이 제압 가능한 약한 상대를 대상으로 자신의 분노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쯤 되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죄처럼 여겨질 법도 하다. 세상이 흘러가는 이치에 따라 나이를 먹고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지만 단지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비난과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어버이의 은혜와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자는 의미에서 노인 문제 해결 방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는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왜 이러한 노인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의 논리가 우리 사회의 주된 배경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웃어른을 공경하고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좋은 인성의 문화는 자신보다 힘없는 이들을 밟고 올라서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와 인명경시 풍조로 바뀌어버렸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각급 학교에서 인성 교육의 저변이 확대되고는 있다고 하나 실질적인 효과를 보기에는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고령화 추세에 따라 앞으로 노인 문제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 자명하다. 노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이유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경제 발전을 일굴 수 있었던 것은 1960년대 가발과 섬유산업의 수출을 시작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 조선, 자동차, 중공업 등과 같이 노동 강도가 높았던 산업 현장에서 땀을 흘린 근로자들 덕분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 꼰대, 틀딱충 취급을 받는 이들이 바로 그 시절의 근로자들이다.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노인들이 비하의 대상으로 전락되고 있는 오늘날의 세태가 씁쓸하다. 분명한 사실은 오늘의 우리를 있게 만든 것이 바로 노인 세대이며, 내일의 사회를 만들 청년 세대 역시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이며, 노인 문제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가정의 달인 5월을 계기로 노인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노인을 공경하는 효 문화 확산을 위해 모두가 뜻을 모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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