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들개지 떠도는 석양, 하산(下山) 길 나뭇짐엔
산중 부귀를 말리는 이 따로 없어
짐마다 덤으로 얹힌 한 아름씩의 진달래!

 

▲ 엄계옥 시인

송홧가루 날리는 계절이다. 참꽃 시든 지도 한참 지났다. 짧은 한시 속에 아련한 그림이 떠오른다. ‘늙은 여자는 없다. 여자는 사랑하고 사랑 받는 한 늙지 않는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 일부다. 여자뿐이겠는가. 남자도 마찬가지다. 생명은 사랑하는 한 늙지 않는다는 뜻이다. 꽃집이 없던 시골, 앞산 뒷산에 ‘산중 부귀’ 진달래가 지천이던 때, 남자는 꽃다발을 아내에게 주고 싶었다. 지게 맨 꼭대기에 송기와 참꽃 다발을 얹어서 장딴지에 푸른 힘줄이 불끈 돋도록 지고 왔다. 발개질 아내 얼굴을 상기하면 지게 위에 차려진 꽃대궐도 기운차게 파들거렸다. 그 마음이 무색도록 득달같이 달려들어 참꽃과 송기를 차지해 버린 어린 것들. 송기는 자식에게 주고 진달래는 아내 몫이었을 터인데 철없는 어린 것들은 참꽃다발도 송기도 몽땅 차지해버렸다. ‘산마을의 봄’처럼 붉었던 두 마음, 여자는 그 마음 하나로 평생을 붉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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