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에서 밀려난 플라타너스처럼
미세먼지 유발로 제거대상된 화석연료
에너지원 전환, 폭넓은 사회 공감대 필요

▲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필자는 대학시절 캠퍼스내 아름드리 플라타너스의 짙은 그늘에 휴식을 취할 때가 많았다. 잎사귀는 크고 두꺼워서 뜨거운 태양을 막아 그늘을 만들어주고 공기정화에 탁월해 여름철 쉼터로는 그만이다. 그래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도시의 가로수는 대부분 플라타너스였다.

그런데 큰 단점이 하나 있다. 봄이 되면 한겨울 함박눈처럼 씨앗을 날린다. 날리는 양이 많아 도시의 미관도 미관이지만 바람이 불어 얼굴에라도 묻으면 재채기와 눈 쓰라림이 보통이 아니었다. 플라타너스는 그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봄의 불청객이었다.

이런 불청객이 도시 거리에서 점차 사라졌다. 서울시의 경우 그루 당 100만원이 넘는 이식비용을 들여 지속적으로 수종을 변경해왔다. 덕분에 1995년 서울시 가로수 수종 1위를 기록했던 플라타너스가 20여년이 지나 그 자리를 은행나무에게 넘겨줬으며, 그나마 나머지들도 느티나무와 벚나무 등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정도의 비용과 시간을 들인 결과 도로변을 뒹굴던 솜털 덩어리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불행히도 몇 해 전부터 또 다른 봄의 불청객이 등장했다. 바로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꽃가루 등 자연적인 원인과 화석연료의 연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생산 공정 등 인위적인 원인으로 발생한다. 하지만 3~5월 중국발 북서풍에 황사와 미세먼지가 날아와 대기가 다른 계절보다 눈에 띄게 탁해져 봄의 불청객으로 여겨진다. 그러다보니 애석하게도 값싼 전력공급원인 석탄화력 발전소가 과거의 플라타너스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새롭게 출범한 우리정부는 미세먼지 대책에 적극적이다. 경유차 감축, 친환경차 보급 확대정책 등을 통해 임기 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이 목표다. 특히 30년 이상 노후 석탄화력 발전소 가동 중단(또는 친환경 연료 전환)이나 미착공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신설 중단과 같은 획기적인 공약을 선보였다. 물론 화력발전회사의 경영인으로서 이러한 경영환경이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새로운 정부가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적극 공감했다.

관건은 시간과 비용이다. 가로수는 다른 땅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나무를 도로변에 바로 심을 수 있다. 그러나 발전원별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고 이에 맞춰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가로수를 교체하듯 빠른 시간 내 이루어낼 수 없는 대규모 사업이다. 발전소 건설에 3년 이상이 소요되고 한번 건설된 발전소 수명 연한은 최소 30년이다.

또한 발전회사들은 기존의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 등의 측면에서 사업 추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비교적 청정한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LNG의 발전원가는 석탄화력보다 1.5~2배 이상 비싸다. 에너지원의 전환은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인상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신기후체제 등 전 세계적인 환경개선 노력에 부응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등 청정 발전소를 늘리는 것이 옳다. 그러나 이러한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시간과 비용에 대해 충분히 수용하고 감내한다는 ‘플라타너스 가로수 대체’와 같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친환경성과 경제성은 현재로서 어느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를 잃게 되는 일종의 손해­이익관계(Trade off)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우리가 어느 수준에서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개된 논의가 확대 되어야 한다. 물론 합의 과정에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장기적으로 친환경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수 있다는 국가적인 노력과 국민적인 희망을 잃지 말았으면 한다

김용진 한국동서발전(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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