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께 드리는 울산의 제언-(3)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선입견·감성적 대응 배제된 진정한 적폐청산 이뤄지고
정당대표·후보자 시절과 다른 신중한 언어사용 필요해
유능인재 과감하게 발굴·기용하는 일 스스로 주도하고
정직·소탈 등 인간적 덕목 바탕 국가적 난제 극복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향한 정치적 경쟁자 중 한 사람의 지위에서 벗어나 국정 최고책임자의 지위에서 헌법상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었다.

이제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은 58%의 유권자를 포함한 국민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기대를 임기 초 국정계획 수립에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체 유지를 위한 견고한 실천 의지를 천명하고,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경제·사회 정책을 펼쳐나감으로써 일부 국민들의 우려를 초기에 불식해야 한다.

선거 경쟁 과정에서 제시한 다수의 공약 중 표를 얻는데 주된 목적이 있었거나 제한된 정보 속에서 신중한 검토를 게을리했던 공약들은 정리하고, 국민들에게 임기 중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의 우선순위를 밝히는 노력이 긴요하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모두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대통령 당선을 가능하게 했던 시대정신을 분명히 실천할 수 있는 영역에서 실행계획을 제시하는 정직하고 용기 있는 자세가 긴요하다.

국정 운영은 이념이나 정치적 신조와 달리 제도적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이분법적 논리로 현안의 문제를 풀어나가기에는 제약점이 많다.

상대적 우위를 입증하고, 반대자들과 최소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은 예술적 경지에 이르는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

현존하고 있는 제도적 장치는 수십 년 동안 여러 명의 대통령을 거쳐 이루어진 제도적 산물이라는 점을 이해하면서 진정한 적폐청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선입견, 조급함, 감성적 대응은 배제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당장 집권당이 국회의 과반수를 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의석 분포를 우려하고 있다.

다수 야당의 협력을 도출해내기 위해서는 주요 정책의제의 초기 단계부터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공통목표를 도출하며 가치지향적 정책공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국민과 시민사회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의기구의 활동을 촉진하는 새로운 유형의 정치과정을 선도해야 한다. 특히 당면한 양극화 해소 문제는 범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접근이 가능한 과업이다.

이를 위한 추가재원 확보는 기업을 포함한 경제적 여유 계층의 적극적 세수분담 노력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주체들의 사기를 진작하는 노력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대통령의 언어는 정당대표나 후보자 시절과 달라야 한다. 제도권력의 정점에 있는 지도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정운영의 방향이나 가이드라인으로 국민들에게 확대·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분위기를 일신하는 감성적 언행과 구체적 국정사안의 향배를 가름하는 의사전달이 신중히 구분됨으로써 국가원수로서 격조와 국내외의 신뢰구축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격을 고양시킬 수 있다.

5년간 국정을 이끌어갈 내각을 포함한 주요 공직 임용에 진영논리를 벗어나 유능한 인재를 과감하게 발굴·기용하는 일을 대통령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

대통령 권력 행사의 출발점이 인사이고 종착점이 인사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기본 역량과 전문적 경험, 그리고 공감대 형성 능력과 균형감을 갖춘 인재기용이야말로 반대자들의 우려를 불식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의지와는 달리 임기 초 대통령을 만든 사람들의 ‘인의 장막’을 거두는 일이 그렇게 용이하지 않다는 선인들의 경고를 끝까지 귀담아야 한다.

정직함, 소탈함, 겸손함, 경청의 자세 등 대통령의 인간적 덕목이 당면한 국가적 난제를 극복하고 국민이 염원하는 통일시대를 앞당기면서 세계 모범국가대열에 합류하는 길을 열어나가는 소중한 씨앗이 될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보다 당선된 후 제대로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선임 대통령의 언급을 무색하게 할 수 있도록 문 대통령이 가치지향적 국정운영의 진화를 이루어낼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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