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2 발사 1주 만에 북극성 2형 발사 성공…‘2개의 창’

▲ [그래픽] 북한 '화성-12'는 어떤 미사일?

ICBM도 두 갈래 개발할 듯…액체·고체 엔진 경쟁 붙여

북한이 지난 21일 성공적으로 발사한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을 실전배치함에 따라 이달 14일 쏜 또다른 IRBM ‘화성-12’도 머지않아 실전배치 단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각 고체연료와 액체연료를 쓰는 미사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고체·액체연료의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 중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극성 2형에 이어 화성-12까지 실전배치가 이뤄지면 북한은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을 차단하고 하와이와 알래스카를 공격할 수 있는 ‘2개의 창’을 갖게 되는 셈이다.

▲ 노동신문은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참관 아래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사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 위원장이 북극성 2형의 ‘부대실전배비’(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북극성 2형의 비행거리와 최고고도는 각각 약 500㎞, 560㎞로 파악됐다.

올해 2월 12일 북한이 쏜 북극성 2형의 비행거리와 최고 고도도 이와 비슷했다.

▲ 노동신문은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에서 ‘대출력 고체발동기들의 시동 및 작업 특성들’의 신뢰도와 정확도를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북극성 2형의 고체연료 엔진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북극성 계열 탄도미사일은 추진제로 고체연료를 쓰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도 고체연료 미사일이다.

SLBM인 북극성-1을 지상형으로 개발한 게 북극성 2형인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 14일 화성-12를 쏜 지 1주일 만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 노동신문은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 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화성-12는 북극성 2형과 같은 IRBM이지만, 액체연료를 추진제로 쓰기 때문이다.

북한이 1주일 간격으로 화성-12와 북극성 2형을 잇달아 발사한 것은 액체연료와 고체연료의 두 갈래로 IRBM을 개발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액체연료 미사일은 케로신과 하이드라진 등 액체 상태의 연료를 쓰는 것으로, 연료 공급 밸브 조절로 추진력을 미세 조절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비행 궤도를 정밀 수정할 수 있어 미사일에 탑재된 탄두를 목적지에 정확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액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 시간이 길어 적에게 노출돼 정밀타격을 당할 수 있고 안정성이 떨어져 공중 폭발 위험이 크다.

밸브, 펌프, 도관 등 복잡한 장치가 필요해 미사일 무게가 늘어나고 액체연료를 한 번 미사일에 주입하면 내부에 부식을 일으킬 수 있어 오래 둘 수 없는 것도 단점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 주입 시간이 짧아 적이 대응할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미국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액체연료를 쓰는 노동미사일의 발사 준비 시간이 30∼60분인 데 비해 북극성 2형의 발사 준비에는 5분밖에 안걸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에 비하면 추력을 조절하기 어렵지만, 안정적인 운용이 가능하고 무게도 가볍다.

이 때문에 군사 강대국들은 일부 장거리미사일을 제외하면 대체로 고체연료 미사일을 운용하고 있다.

중국도 액체연료 미사일을 고체연료로 전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북극성 계열 미사일 2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액체연료 미사일을 보유 중이다.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화성-12 외에도 스커드, 노동, 무수단 계열 미사일이 모두 액체연료를 쓴다.

북한이 IRBM을 액체연료와 고체연료의 두 갈래로 개발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같은 방식으로 개발할 것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성-12와 북극성 2형은 독자적인 가치를 갖는 전략무기이지만, ICBM으로 가는 전(前) 단계의 미사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 [그래픽] 북 김정은 '북극성 2형' 실전배치 승인

전문가들은 북한이 IRBM에 쓴 엔진 2∼3개를 결합하는 ‘클러스터링’(clustering) 방식으로 ICBM을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각각 화성-12와 북극성 2형의 계보를 잇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ICBM 2종을 만들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 위협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IRBM인 화성-12와 북극성 2형을 개발한 것은 지난해 여러 차례 시험발사에 실패한 무수단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실패 횟수가 너무 많아 성공률이 낮았다.

지난해 무수단미사일 시험발사의 잇따른 실패가 미국의 사이버 공격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미사일 자체 결함 탓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IRBM과 ICBM을 액체연료와 고체연료의 투 트랙으로 개발하는 것은 미사일의 ‘다종화’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탄도미사일 개발에 경쟁을 도입함으로써 미사일 개발 속도를 높이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 미사일 기술자 집단이 액체연료 팀과 고체연료 팀으로 나뉘어 경쟁하는 가운데 고체연료 팀이 지난달 29일 실패하고 이번에 시험발사를 다시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미사일 개발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것도 경쟁구도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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