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한 시즌 최장기간 대행체제는 2001년 LG 김성근 대행 98경기

▲ 한화 이글스를 떠난 김성근 전 감독.

한화 이글스 내부에 김성근(75) 전 감독을 내보내고 싶은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포스트 김성근 시대’를 준비할 틈은 없었다.

한화는 23일 김성근 전 감독을 경질하고 ‘대행체제’를 시작했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2017시즌, 한화가 겨우 43경기를 치른 상황이었다.

아직 한화는 100경기를 더 남겨뒀다.

9위로 처지긴 했지만, 5위와 격차가 4.5게임으로 크지 않아 포스트시즌 진출도 꿈꿀 수 있다.

이 시점에서 한화는 다시 고민을 시작한다.

감독 경험이 없는 이상군 투수 코치는 23일 대전 KIA 타이거즈전부터 감독대행으로 나섰다.

▲ 한화 이글스를 떠난 김광수 전 수석코치.

김성근 감독의 경질을 결심한 한화는 23일 오후 1시께 박종훈 단장이 코칭스태프 미팅을 주재했고, 김광수 전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 자리를 제의했다.

김광수 전 수석코치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14년 11월부터 팀 수석코치로 일하며 팀을 넓게 바라봤다.

2011년 김경문(현 NC 다이노스 감독) 당시 두산 베어스 감독이 팀을 떠난 뒤 감독대행으로 76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다.

하지만 김광수 전 수석코치는 박 단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감독님이 떠나시는 데 내가 남아 있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박 단장은 이상군 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2010년과 2011년 LG 트윈스에서 1군을 이끈 경험이 있는 박종훈 단장이 1군 경기에 개입할 여지가 커 보인다.

▲ 김성근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감독이 경질된 23일 감독대행을 맡은 이상군 투수코치가 더그아웃에 작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대행체제’로 100경기를 치르는 건, 구단은 물론 이상군 대행에게도 부담스럽다.

감독을 선임하는 일도 쉽지 않다.

시즌이 한창이라 ‘감독 후보’가 될 수 있는 타팀 코치를 영입할 수 없다.

현재 구단에 속하지 않은 야인이나 코치의 내부 승진을 추진해야 한다.

후보군을 추리기도 상당히 어렵다.

그룹 내에서 위축된 구단의 입지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23일 김성근 전 감독의 경질을 두고도 구단은 우왕좌왕했다.

그룹의 뜻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다.

사실 한화 구단은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한 2014년 11월에도 다른 후보를 그룹에 내밀었으나, 그룹의 뜻과 달라 무산된 경험이 있다.

한화는 일단 ‘이상군 대행체제로 팀 안정화를 꾀한다’고 했다.

현재는 술렁이는 코치진부터 다스리려고 노력 중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코치들에게 “구단이 내보내기 전에는 팀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과 수석코치가 동시에 떠난 어수선한 상황에서 추가로 몇몇 코치도 사임을 고민하고 있다.

KBO리그 한 시즌 최장기간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끈 기록은 공교롭게도 김성근 전 감독이 보유하고 있다.

김 전 감독은 2001년 이광은 당시 감독이 팀을 떠나자 5월 16일부터 시즌 종료까지 98경기를 지휘했다.

빠르게 대행체제를 끝낸 팀도 있다.

2014년 LG는 김기태(현 KIA 감독) 감독이 4월 23일 자진사퇴하자 조계현 수석코치에게 잠시 감독대행을 맡겼고, 5월 13일부터 양상문 감독이 팀을 이끌게 했다.

양 감독은 2014년 94경기를 치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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