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시대의 평균수명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OECD 가입국 중에는 80세를 넘긴 나라도 많다. 일본인 평균 수명이 우리보다 조금 높지만 우리나라 남성의 평균수명은 77.6세이고 여성의 평균수명은 84.4세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이미 OECD 국가 평균을 넘어서 세계 8위로 선진국 국민의 대열에 합류했다. 의술의 발전과 건강관리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좋은 조건을 만들어 가며 오래 살게 됐으나 자신의 일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해 가며 오래도록 건강하게 현역으로 일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합창지휘자 나영수 교수가 올해 팔순을 맞이 했다. 지금부터 44년전인 1973년 국립합창단을 창단해 세계적인 합창단으로 발전시켰고 대한민국 어느 도시 할 것 없이 지방연주를 다니며 합창의 수준을 끌어 올려 전국에 시립합창단이 생겨나게 한 계기의 구심점이 된 분이다. 울산시립합창단 지휘자로도 활동했던 그는 이렇게 오랜 세월 합창에 헌신해 한국합창의 대부로 불린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현역 지휘자다.

지난달 4월10일엔 광주 광역시립합창단을 지휘했고 27일엔 국립합창단을 지휘한다. 어제, 오늘 연습에 참석해서 느낀 점은 아직도 템포감각이나 음악의 다이내믹이 살아서 젊은 음악가들을 압도해가며 감동을 준다. 세계 합창계에서도 구순이 지나도록 활동한 지휘자가 있었다. 그는 2013년 구순을 앞둔 나이에 국립합창단을 지휘하러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호텔에 머무는 동안 부상으로 인해 연주를 하진 못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 대학합창단인 루터대학의 노르딕합창단을 57년간 이끌었고 미국합창음악의 거장이자 정신적 지주로 추앙받는 전설적인 웨스턴 노블은 지난해 9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현역지휘자로 활동했다. 그는 필자가 울산시립합창단과 미국을 방문해 미국합창지휘자 세미나에서 초청연주를 할 때 직접 연주장을 찾아오기도 했다.

나영수 교수가 앞으로 10년후 구순까지 현역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희망한다.

구천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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