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5월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서울대공원의 돌고래쇼가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돌고래 수족관 폐쇄가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불법포획’에 ‘동물학대’ 논란이 일자 4년 전 돌고래쇼를 폐지, 2013년 남방큰돌고래 삼팔이, 제돌이, 춘삼이를 제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2015년 태산이와 복순이도 야생방류했다. ‘나이가 많다’ ‘사육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방류 대상에서 제외됐던 금등이와 대포도 지난 22일 자연 방류를 위해 제주도로 이송됐다. 해상 가두리에서 자연 적응 훈련을 거쳐 고향인 제주 앞바다에 최종적으로 방류된다.

문제는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남아 있는 일본 다이지 출신의 큰돌고래 한마리다. 고향인 일본으로 보내자니 다시 붙잡혀 수족관 신세를 질 것이 뻔하고, 그렇다고 남방큰돌고래가 주로 서식하는 제주도 앞바다에 방류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서울대공원측은 울산 고래수족관(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고래수족관으로, 돌고래쇼를 진행하는 민간수족관보다는 학대 논란이 덜하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울산으로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네 마리를 사육하는 상황에서 한 마리를 더 들여야 할 이유가 없는데다 자칫 입양을 결정했다가 울산 수족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잘못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올해 초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 두 마리를 데려오는 과정에서 동물·환경보호단체 등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샀고, 얼마되지 않아 한 마리가 폐사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터다. 또 개관 이래 지금까지 6마리의 돌고래가 폐사, ‘죽음의 수족관’이란 오명을 덮어쓰고 있는 실정이다. 돌고래를 좁은 수조에 전시, 반생태적 동물 학대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지금의 사육 중심 고래생태체험관 운영 전반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동물보호·환경단체들로 구성된 ‘돌고래를 바다로 울산시민행동’은 2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울산고래축제가 진정한 정체성을 찾는 출발점은 고래생태체험관 수족관의 큰돌고래 네 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리가 있다. 사육시설 운영을 계속 고집하다가 ‘고래도시 울산’의 이미지가 자칫 ‘고래무덤’으로 인식되는 결과를 초래, 어렵사리 마련한 고래관광의 기반까지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태관광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에도 맞지 않는 사육시설을 폐쇄, 서울대공원의 큰돌고래와 함께 모두 바다로 돌려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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