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곡박물관 특별전 ‘학성, 학이 날던 고을 울산’ 개최

▲ 청자운학무늬 매병.

5월 30일부터 9월24일까지
학 소재 그림·생활용품·고서에
학 등장하는 한시·이야기도 소개

울산의 상징으로 꼽히는 학(鶴)은 1960년대 산업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오랜 세월 울산과 함께 살아온 터줏대감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로 환경이 변하면서 지금은 사라져버린 울산의 학과 학 문화를 조명하는 특별한 전시가 울산에서 마련된다.

▲ 송학도.

울산대곡박물관(관장 신형석)은 오는 30일부터 9월2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2017년도 제1차 특별전 ‘학성(鶴城), 학이 날던 고을 울산’을 개최한다. 울산의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특별전은 학을 통해 울산 지역사를 폭넓게 이해하고, 울산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는 크게 △울산, 학 고을이 되다 △울산, 학 문화를 잇다 △학을 이야기 하다 등 총 3부로 구성된다.

주요 전시물로는 학 깃으로 만든 부채, 박윤웅을 시조로 하는 ‘울산박씨족보’, 청자운학무늬대접, 청자운학무늬매병, 청대 권상일의 문집인 ‘청대집’, 학성이씨 충숙공 이예에 관한 기록인 ‘학파실기’, 동헌·가학루·학성관 등과 관련된 문헌과 사진자료, 화조도 병풍, 십장생도, 울산학축 복식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또 일학헌·반학헌·가학루·학성관 등 ‘학(鶴)’이 들어간 울산 관아에 관한 여러 한문 자료와 학이 나오는 주요 한시도 번역 소개된다. 또 대곡천 유역의 집청정과 반구대 일원을 방문한 선비들이 지은 시를 모은 ‘집청정시집’에는 총 406수의 한시가 수록돼 있는데, 이 가운데 84수에서 학이 등장한다. 대곡박물관은 지난해 집청정시집의 역주본을 발간한 데 이어 이번 특별전에서 다시 한번 학과 관련된 한시들을 조명한다. 이 외에도 조선시대 선비들이 학을 직접 길렀으며, 일본과 학을 통해 외교 교섭이 이루어졌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소개된다.

이처럼 학과 관련된 다양한 문헌과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울산과 학의 인연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울산의 탄생설화인 계변천신 설화에는 학이 등장한다. 신라 말 박윤웅은 울산지역의 호족세력으로 등장해 신학성(神鶴城) 장군이라 불렸는데, 901년(효공왕 5년) 쌍학(雙鶴)이 온통 금으로 된 신상(神像)을 물고 계변성 신두산에서 울었다고 한다. 이후 박윤웅은 흥려부의 지배자로 고려 태조의 후삼국 통일에 기여하고, 고려 성종이 울주(울산)의 별호(別號)를 학성(鶴城)이라 했다.

▲ 학 깃으로 만든 부채.

과거 울산에 학이 서식한 흔적들은 울산의 지명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울산의 관아 이름에서도 울산 동헌의 이름은 일학헌(一鶴軒)·반학헌(伴鶴軒)이라 불렀고, 동헌 정문은 가학루(駕鶴樓)라 했으며, 울산 객사는 학성관(鶴城館)이라 불렀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울산에는 상학골, 무학산, 학성동, 학등, 비학, 학남리, 학천, 학소대 등의 지명이 남아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울산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학은 더 이상 울산에 날아오지 않고 있다. <울산승람>(1954)에 따르면 1954년까지 청량과 범서에 학이 서식했다는 기록이 마지막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 박윤웅을 시조로 하는 울산박씨 족보.

당시까지만 해도 울산은 태화강, 동천(강), 여천천(강), 외황강, 회야강 등 5개의 물줄기가 가로지르며 광활한 늪지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 산이 많고 넓은 평야가 형성돼 있어 학에게 동물성 먹이와 식물성 먹이 등 풍부한 먹잇감을 제공하는 최적의 서식지였지만, 현재는 그 자취와 정서만 이어져 오고 있다.

신형석 관장은 “지금은 울산에서 학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학과 함께 살아온 울산의 지역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획전을 마련했다”며 “특별전과 연계한 해설과 학 그림 답사 등도 마련한 만큼 울산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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