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첫 對국회 안건서 마찰음…靑 “국민 눈높이 미치지 못해 죄송” 사과

 

與 “새 청문회 기준 만들자”

한국당 “부적격자 계속 임명하겠다는 독선” 국민의당 “궤변수준 해명”

여야는 26일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여야가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서 특정 안건의 처리를 놓고 대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출범 보름 여만에 여소야대 정국에서 난관을 풀기 위한 묘수를 찾아야 할 첫번째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여야는 지난 24~25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끝낸 후 총리 자격 문제를 두고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결정적 하자가 드러나지 않았다며 적격 판정을 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시인 등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고위공직자 배제기준에 해당한다며 부적격 입장을 정했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당초 적격 의견을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위장전입 문제까지 터져나오자 기류가 바뀌었다.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특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이 26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와 관련해 간사 협의를 마친 뒤 청문위원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해 당초 이날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던 특위는 잠정 연기됐다. 왼쪽 두번째부터 특위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여당 간사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야당 간사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

이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특위는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시도할 예정이었지만 두 차례 진행된 사전 4당 간사회의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4당은 청와대의 입장을 들은 뒤 보고서 채택 문제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결국 청와대의 해명에 대한 여야 간 의견이 갈려 청문특위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은 무산됐다.

앞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국회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임 실장은 또 “문재인 정부는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좀 더 상식적이고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과거의 기준으로 우리도 ‘위장전입’ 문제를 이유로 인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던 점을 고백한다”고 몸을 낮추며 야당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다.

또 “이제는 ‘반대를 위한 반대’와 ‘낡은 기준’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내일을 열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야 할 때”라며 인사청문회의 새 기준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은 청와대가 취임 2주 만에 공약 파기를 공식 선언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부적격 후보자가 나오더라도 계속 추천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당 정우택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5대 비리’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계속 임명하겠다는 일방적 독주와 독선의 발언”이라며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약의 당사자인 대통령의 진솔한 해명을 요구한다”면서 “궤변 수준의 해명을 비서실장을 통해 내놓고 그냥 넘어가자는 태도로는 사태를 매듭지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도 “현 정권은 야당 시절 도덕성을 내세우면서 보수 진영을 같은 잣대로 얼마나 공격했느냐. 정권을 잡으니 슬그머니 뒤집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야권은 청와대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협조하기 힘들다는 기류가 강해 29일 처리가 불투명하다.

여야가 당초 임명동의안 표결 시한으로 잡은 31일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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