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력·정보가진 권력기관에
수사권 독립은 부작용 낳을수도
섣부른 제도 개선 관해 신중해야

▲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며칠전 모임에서 평생 처음으로 현직 검사를 만났다는 중년 의사를 보았다. “검사란 사람이 이렇게 생겼구나”하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신기하다는 호기심과 약간의 실망감도 보였다. 보통의 국민은 이처럼 검사 얼굴 한번 보지 않고도 한 평생을 살아간다. 하지만 경찰관을 보지 않고 살아가는 국민이 있을까?

공권력의 첨병은 일선에서 법을 집행하는 경찰관이다. 그래서 공권력의 상징인 그들의 업무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방해하는 자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엄히 처벌된다. 이처럼 경찰권은 현재도 국민의 일상에 깊이 관여하고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검사의 숫자는 2100명 정도이고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은 2만7000명이라고 한다. 검찰의 경우 보조인력까지 모두 포함해도 1만명을 넘지 않는다. 경찰은 12만명 정도라 한다. 2100명의 검사가 수사권을 남용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었으므로 이를 2만7000명 내지 12만명의 경찰관에게 넘긴다면 국민의 피해는 지금보다 줄어들까?

수사경찰은 검사처럼 직업적인 법률전문가도 아니다. 더구나 경찰은 수사경찰도 있지만 경비,교통, 행정외에도 정보경찰이 있다. 민주국가에 있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은 가급적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정보 수집 기능은 기본적으로 경찰조직(각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의 정보과)을 통해 수집된 정보와 행정자치부의 각 동별 정보가 2대 축이고 국정원의 정보는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평가, 분석한 2차적 정보인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 경찰은 정보·수사기관이면서 인력력도 12만명에 이르러 군(軍)을 제외하면 최대기관이다. 이렇듯 막강한 기관이 2100명의 검사에 의한 수사지휘 내지 통제까지 벗어난다면 무소불위의 경찰 수사권 남용을 어떻게 통제하고 견제할 수 있을까? 1년 내지 2년 가까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몇차례 압수 수색과 구속영장까지 신청되고 난 후에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거나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된다고 해 수사대상자에게 피해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경찰은 일반경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사법경찰도 있다. 국정원의 국가보안법 수사부서가 경찰이다. 철도공안도 있고 식품이나 산림 관련 공무원도 경찰권을 행사한다. 이러한 일반 및 특별경찰의 수사에 대한 기본적 통제와 견제가 2100명의 검사에 의한 수사지휘권의 본질이다.

수사지휘권이 있다고 해 경찰이 검사의 부하는 절대 아니다. 단지 수사경찰이 사건을 수사함에 있어 압수·수색을 실시하든가 신병을 체포 또는 구금하고, 검찰로 송치하기 전에 수사내용을 법률전문가이자 인권옹호의 준사법기관인 검사에게 검토를 받으라는 것이고, 검사는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지휘를 해야 하고 구두로 지휘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를 수사기록에 기재토록 돼 있어 부당하거나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있는 지휘는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헌법 제 12조 제3항에는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마치 영장청구권을 검사가 독점하고 있어 큰 문제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다.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구속영장 등은 수사경찰도 검사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법관의 심리 이전에 법률전문가이자 인권옹호기관인 검사의 검토와 동의를 받게 함으로써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좀 더 엄격히 보호하자는 취지인 것이다. 검사가 경찰의 영장신청을 기각하거나 재지휘할 때에는 반드시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하므로 검사도 함부로 부당하게 기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수사지휘권은 검찰이 경찰보다 반드시 실력이 우수하다는 의미도 아니다. 2만7000명 또는 12만명의 막강한 경찰에 의한 수사에 대해 2100명밖에 안되는 검사가 견제를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제도적으로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이다. 검경에 대등한 권한을 주어 서로 견제하게 한다는 등 섣부른 수사권 관련 제도 개선은 신중해야 할 것이다.

손영재 법무법인 늘푸른 변호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