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변화에 맞춰 농업도 새 가치 필요
선택과 집중으로 정부 지원 효율화해
경영비 절감·판로 확대방안 모색해야

▲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경제학박사

대선정국이 요동을 치는 지난 4월 어느 날,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년 농가경제조사 결과는 젊은 시절 농업과 농촌 경제를 공부하고 30년 이상을 관련 기관에서 일한 필자를 매우 우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우리 농가의 호당 소득은 평균 3718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 5805만원의 64%에 불과하고 그나마 오름세도 꺾여 5년 만에 뒷걸음질 쳤다.

1988년 도시근로자에 비해 37만원이 더 많던 농가소득이 이듬해부터 역전되기 시작해 그 격차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현실은 오늘날 우리 농촌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농가소득의 본질적 구성요소인 동시에 우리 농업의 경쟁력 척도라 할 수 있는 농업소득은 전체의 27.1%인 1007만원에 불과, 10년 전에 비해 16.7%가 감소했다. 지난 수십 년간 역대정부가 농업부문에 많은 예산을 쏟아 부었는데도 왜 좀처럼 농가소득이 증가하지 않는 걸까?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는 늘 주부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데 왜 농업소득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을까?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다 돼간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고 농업과 환경, 먹거리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지속발전 가능한 농업으로 국가농정의 기본틀을 바꾸겠다고 하니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작물은 농민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라고 농업은 국가의 관심과 지원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농가와 농업계도 변화해야 한다. 단기간 내에 자급률 향상이 절실했던 과거에는 고투입-고산출의 생산체계가 필요했고 증산이 곧 소득증대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생산이 조금만 늘어도 곧바로 가격폭락으로 이어져 생산비도 못 건지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이제는 가격을 통해 농업소득을 증대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직면했다. 바야흐로 농산물도 가격보다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농업소득이 감소한 지난 10년간 오히려 경영비는 40% 가까이 증가한 것이 이를 잘 반증해 주고 있다.

잘 알다시피 가치란 구매를 통해 느끼는 총 효용에서 지불대가를 차감한 개념이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효용을 키우던지 가격을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도 시장변화에 발맞춰 과감히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농업·농촌과 농산물의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경영비를 절감하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특히 철저한 검증없이 나눠먹기식 예산지원으로 과잉투자를 유발했던 과거의 농정실패를 더 이상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적재적소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농업·농촌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농협은 2020년까지 농가소득을 5000만원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비료, 농약, 종자 등의 농자재 가격인하를 단행해 경영비 절감을 도모하고, 농산물 판로 확대를 위해 초연결시대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우수 농산제품을 홍보 판매, 결재하는 모바일시장을 개발하는 동시에 지자체와 협력해 풍수해와 가축질병에 대비한 각종 농작물, 가축 재해보험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금융사업 부문에서도 농가소득 증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과 지역농협에서는 농부의 마음 통장·적금, 나의 살던 고향적금 등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특화 금융상품을 출시하고 일정액을 기금으로 적립해 농업·농촌 지원자금으로 활용한다.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여는 농협의 담대한 도전에 도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김상국 NH농협은행 울산본부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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