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겨우 6월인데, 8월에 해당하는 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낮 최고기온이 35℃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경남지방에서는 5월에 때아닌 폭염주의보가 발효되기도 했다. 남해안 부근에 위치한 고기압의 영향으로 그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한 남서기류가 유입되면서 불볕더위가 작년보다 10일 정도 일찍 찾아온 것이 원인이었다.

대개 기상학적인 정의로 ‘한여름’이란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을 때의 여름날씨를 말한다. 그런데 사람이 느끼는 더위에는 습도가 더 영향을 크게 미친다. 사우나에 비유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연구에 의하면, 사람은 외부온도가 65℃일 때까지는 살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온도에서는 생명유지가 곤란하다고 한다. 그런데 100℃를 넘는 불가마나 한증막에서는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한증막과 불가마 속은 건조해서 땀이 바로바로 증발하면서 피부 주위의 열까지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건사우나와 습사우나가 온도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요즘같이 햇볕이 몹시 뜨겁게 내리 쬐는 더위는 ‘붙볕더위’ 또는 ‘불더위’라고도 불린다. 기온은 높지만 습도는 낮은, 이런 더위는 그늘에 숨기만 하면 견딜만하다. 한마디로 무더위보다는 사람을 덜 괴롭힌다는 이야기이다. ‘무더위’는 ‘물+더위’에서 온 말로 온도와 함께 습도가 아주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무더위는 대개 장마가 끝나고 습도가 높은 7월말에서 8월말까지 이어진다. 장마전선이 북쪽으로 모두 물러가면서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기단의 영향권에 놓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기온이 오르면 땀을 흘리면서 체온조절을 한다. 이 땀이 외부의 환경에 따라 증발하면서 기온이 떨어져 시원하게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의 습도가 높으면 땀이 마르지 못하고 끈끈해지고 체온은 낮아지지 않아 불쾌감이 높아진다.

당분간 평년값을 웃도는 이른 더위는 계속되겠다. 그래도 한낮의 뜨거운 볕을 피해 그늘 속에서 선선한 여름 바람을 쐬면 견딜 수 있는 더위이므로 적당한 초여름의 바람과 더위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맹소영 날씨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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