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
(전)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회 회장

▲ 태화강대공원에서 1일 개막한 ‘2017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김경우기자

전국 문화관광해설사 걷기대회
지난달 태화강대공원 일원 개최
1천여명 십리대숲·봄꽃 등 만끽
“카메라 화면에 담는 것마다 작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도 볼거리

태화강대공원과 십리대숲은 우리 울산문화관광해설사들이 소개하는 ‘울산여지승람’을 통해 수차례 언급된 곳이다. 지난달 29일 이 곳에서 전국 단위 큰 행사가 있었다. 전국에서 활동하는 각 지역 문화관광해설사 1000여 명과 함께하는 ‘전국 문화관광해설사 걷기대회’가 개최됐다. 울산 방문의해이자 광역시승격 20주년을 맞아 울산시와 한국문화관광해설사 중앙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전국대회를 통해 문화관광도시 울산의 면모를 전국에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 오늘은 지난 대회를 정리하며 그 의미를 되짚어보기로 한다.

2016년 3월. 울산발전연구원 소회의실, 첫 모임이 이루어졌다. 해설사의 수가 50여명 불과한 울산문화관광해설사협의회에서 울산시와 함께, 400명이 참가하는 전국 단위의 행사인 ‘해설사 전국대회’ 울산 유치를 신청하고 나서자, 한국문화관광해설사중앙협의회(한문관)의 임원들이 울산을 찾았던 것이다. 전국대회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는 대개 200명 이상의 해설사가 활동하고 있는 곳으로서, 문화관광의 바람을 타고 대회를 유치하려는 지자체마다의 경쟁의 열기가 무척이나 뜨거웠던 때였다.

▲ 제2회 전국 문화관광해설사 걷기대회가 지난달 29일 태화강 대공원 일대에서 열렸다. 장태준 인턴기자

한문관 민향식 회장은 ‘울산이 전국의 문화관광해설사를 초청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울산시청 관광과 직원들과 함께 한 우리는 이렇게 들려줬다.

“스토리텔링이 문화가 되고 관광자원이 되는 시대에, 울산 태화강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반전과 함께 감동이 살아 있는 문화관광콘텐츠입니다. 6급수의 강물이 1급수가 되고,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버려지고 썩어가던 땅과 물이, 다시 살아나고 부활하여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태와 환경의 도시가 된 울산과 태화강, 그리하여 산업문화관광지로 거듭난 이 이야기야말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들려 드릴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어 자신감과 함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유치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명이 넘는 해설사를 보유한 시도의 유치 신청이 줄을 잇는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눈앞에 둔 강원도까지 유치에 나서면서 전국대회 울산 유치는 무리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만은 없었다. 여러 가지 난항을 만나고, 난제에 부딪혔지만 문제의 해결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한문관과 울산시청 그리고 울산문화관광해설사협의회가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고 협조를 당부한 끝에 결국 ‘전국 해설사 걷기대회’를 2017년 봄에 울산에서 유치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당초 예상인원 400명은 무려 1000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7년 5월29일. 한낮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부터 태화강대공원으로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양구와 고성에서부터 바다 건너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관광해설사들이 울산으로 속속 모여 들었다.

김기현 울산시장의 환영사에 이어 민향식 중앙협의회장 대회사 및 내빈 축사가 끝나고 마침내 울산 12경 가운데 하나인 태화강 십리대숲 걷기의 출발 시점이 다가왔다. 드디어 출발신호인 징이 울렸다. 징소리에 맞추어 전국문화관광해설사, 울산생태해설사, 울산 U-스마일 친절봉사단, 전국 시도 문화관광부서 담당자들을 포함 무려 1000여명의 사람들이 지역별 14개조로 구분된 뒤 각 8개의 각기 다른 동선을 따라 흩어졌다. 안개초와 함께 가꾸어진 작약목 단지를 지나 피아노건반 모양을 본 뜬 구역에 각종 무궁화나무가 자라고 있는 무궁화 단지를 거쳐 태화루로 올라서는 팀은 용금소 앞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에 잠시 더위를 식히며 울산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태화루의 고풍스런 이야기를 들었고, 대숲 산책로를 따라 오산광장, 대나무 생태원을 거쳐 나비마당으로 이어지는 팀은 음이온 뿜어져 나오는 왕대나무 앞에서 사람의 계절과는 거꾸로 간다는 대나무의 계절이야기를 들었다.

‘포토존’이 지정되어 있었지만 태화강대공원 십리대숲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에는 지정된 ‘포토존’ 만으론 턱없이 부족했다.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고, 화면에 담기는 것마다 작품이 된다며 즐거워했다. 이 가운데는 당일 오전 3시에 양구, 고성지역에서 출발하여 왕복 700㎞의 거리를 무려 7시간이나 되는 시간을 달려 울산에 도착한 강원도 해설사 분들도 있었다. 폭염 속에 울산을 찾아 준 어느 한 분이라도 귀하지 않은 분이 있겠냐만은, 특별히 ‘2018 평창 하나 된 열정’이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진 파란 색감의 단체복을 입고, 강원도를 알리고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기 위해 먼 거리 오랜 시간 마다않고 울산을 방문해준 강원도문화관광해설사, 하나 된 그들의 열정 앞에서, 그리고 그들이 흘리는 땀방울을 바라보면서 잠시 목이 메여왔다.

걷기 행사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야외 특설무대에서 펼쳐진 각 지방마다의 특색 있는 장기자랑의 시간이 이어졌다. ‘기타와 아코디언 연주’를 비롯해서 ‘남도의 흥겨운 소리’ 가 대숲으로 퍼져나갔고, 그 소리는 다시 강바람을 타고 메아리가 되어 모여 앉은 사람들의 귀속으로 되돌아 왔다. 마지막 순서로 울산문화관광해설사들의 시간이었다. 울산의 쇠부리 노동요인 <불매소리>를 현대적으로 맞게 응원가로 바꾸어 노래한 것에다가 ‘울산죽광대보존회’ 최흥기 이사장의 지도를 받아 한판 신명나는 춤의 퍼포먼스를 표현해내어 많은 박수갈채(拍手喝采)를 받음으로 행사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다다랐다.

▲ 홍중표 자유기고가

전국 문화관광해설사 걷기대회는 그동안 시국이 어수선하여 대회 개최 날짜가 예정보다 미루어졌다. 그로 인해 태화강 봄꽃향연 대축제는 끝이 나 버려, 작약은 시들었고, 꽃양귀비는 더 이상 붉지 않았으며, 게다가 폭염까지 기승을 부리는 날이었으나, 대회는 순조로웠고 행사는 성황리에 끝이 났다.

전국 각지로 다시 돌아가는 손님들을 위해 울산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행사를 도왔던 모든 사람들이 태화강대공원 입구에 도열했다. 그리고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한 사람 한 사람, 한 분 한 분을 향해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배웅인사를 했다. 1000명 가까운 전국의 문화관광해설사가 그들의 고장으로 돌아가서 오늘 울산을 보고 느낀 감동, 그 모든 것을, 느낀 그대로 전해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손을 흔들고 또 흔들었다.

그 때였다. 6월1일부터 개막되는 ‘2017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현수막이 강바람에 펄럭이며 함께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홍중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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