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열어가는 울산의 베이비부머
(4)현대자동차 퇴직 후 국악·무용인 변신 황성욱·남지연씨

▲ 현대자동차 품질관리부에서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뒤 지난해 퇴직한 황성욱(왼쪽)씨와 남지연씨가 전통 무용인 한량무를 함께 선보이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지난해 현대차 나란히 퇴직
15년 전 취미활동으로 시작
국악·한국무용 전도사 변신
요양원·복지시설 공연 봉사
두번째 정기공연 준비까지

같은 회사 같은 부서에서 30년 넘게 동고동락한 뒤 같은 날 퇴직한 1956년생 동갑내기 2명의 베이비부머가 이제는 작업복 대신 전통 한복을 입고 국악과 전통무용을 알리는 전도사로 변신해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30년 넘게 해온 황성욱(61)·남지연(61)씨는 지난해 12월31일 나란히 퇴직했다. 황씨는 1986년 입사 이후 만 30년 만에, 남씨는 1981년 입사 후 만 35년을 채우고 정들었던 일터를 떠났다. 1980~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발전과 변화의 시기 중심에서 젊음을 보냈던 이들은 퇴직 이후 작업복 대신 전통 한복을 입고 다시 뭉쳤다.

이들을 만난 건 지난 1일 울산 북구 양정동의 김남숙참소리국악원으로, 이날도 다가오는 공연 준비를 위해 한량무 연습에 한창이었다. 속바지와 속저고리 등 여러겹의 한복을 입고 버선에 갓까지 쓴 채 춤을 추다 보면 금세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에 흠뻑 젖는다. 황씨는 “오는 11일 울주군 명성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공연이 예정돼 있는데 미리 연습중이다. 오랫동안 해왔지만 완벽한 공연을 위해서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국악과 무용으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것은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씨는 “당시 사내 동료들과의 한 모임에 참석했는데 다들 악기를 다루거나 스포츠를 즐기는 등 한 가지 정도의 취미활동을 하고 있었다. 동료들을 보고 나도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연히 보게 된 고전무용에 이끌렸고 이 친구(남지연)와 함께 배워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문화회관 내 문화센터에 등록해 고전무용과 장구, 판소리를 배우며 국악과 한국무용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이후 이 곳 김남숙참소리국악원(법인명 소여국악예술단)으로 옮기며 본격적인 국악인의 길로 접어 들었다. 어찌보면 이들은 퇴직 수년전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한 셈이다. 현재 황씨와 남씨는 이곳에서 회장과 총무를 맡아 60여명의 단원들을 이끌고 한 달에 한 차례 가량 지역의 노인요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돌며 공연을 통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활동에 필요한 경비는 회원들의 회비로 충당하거나 고향(안동) 지인들이 주축이 된 후원회에서 도움을 주고 있다. 오랜기간 호흡을 맞춰왔던터라 실력도 검증돼 경주에서 열린 장월중선국악경연대회에서는 장려상을 받기도 했으며, 오는 11월에는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2014년 이후 2번째 정기공연도 앞두고 있다.

황씨와 남씨는 우리가 좋아하는 국악과 무용으로 누군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자체가 너무 뿌듯하다”며 “특히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고 흥겨워 하실 때는 오히려 우리가 봉사를 받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껏 우리가 받아온 것을 사회에 조금이라도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힘닿는데까지 봉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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