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울주군 대곡마을

▲ 연화산 지맥이 원형으로 감싸 안고 있는 대곡마을.

대곡리의 풍수지맥 형국 살펴보면
가지산~연화산 이르는 ‘사다리기운’
연화산을 주산으로 하는 ‘연꽃 형국’
대곡천 ‘산태극 수태극’ 기운 서려

청안이씨 종택서 바로 보이는 문필봉
씨를 퍼트리는 다산의 연자 영향으로
한의학자·부장판사·한학자·박사 등
부자보단 ‘학자·교직자’ 많이 배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잘 알려진 유명한 반구대 암각화 마을이 대곡마을이다. 거북을 닮은 반구산(盤龜山)의 삼대(三臺) 자락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에 있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가로 8m 세로 2m 정도 크기로 병풍 같은 바위 면에 호랑이, 멧돼지, 사슴, 물고기, 고래, 사람 등의 형상과 고래잡이 모습, 배와 어부의 모습, 사냥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52년 전 사연 댐이 축조되기 전에는 대곡천을 따라 한실마을 서원마을이 있었으나 수몰되어 이주됐다. 대곡마을은 약 200년 전 울산 중구 반구정사 지역에서 이주한 청안 이씨가 이곳에 정착하면서 시작되었다 한다. 한때는 90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살았으나 현재는 20호 정도로 청안 이씨가 대부분이다. 오래된 고택으로는 청안 이씨 종가집, 경주 최씨의 집청전, 청안 이씨 재실이 있고 유적으로는 반구대 암각화와 포은 정몽주 선생의 포은정과 포은대 그리고 눈여겨 볼 곳이 연로, 오곡, 공룡 발자국, 언양청록 벼루공방이 있다.

▲ 청안이씨 종택에서 바라본 문필봉.

대곡천은 삼정리에서 천전리, 대곡리를 지나 중촌골을 거쳐 울산과학기술원 옆 반연리 토곡마을에 이르기까지 그 주변이 기암괴석을 사이로 아름다운 경치가 장관이었는데 지금은 대곡댐 사연댐에 대부분이 수장되었고 대곡리 일부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볼 수 있다. 댐이 들어서기 전에는 대곡천을 따라 오고가는 물줄기를 돌아보며 굽이굽이 흐르는 빼어난 비경(秘境)의 바위 골짜기가 9개가 있었고, 이를 구곡(九曲)이라 명명하여 그 흔적을 바위에 새겨 놓았다. 그 중 하나가 암각화 입구에 있는 대나무 숲 미루나무 아래에 다섯 번째 절경이라는 오곡(五曲)이라는 암반글씨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그리고 대곡천 가장자리 바위 면에 새겨진 마애기(磨崖記)에 효종임금 6년(1655년) 2월에 벼루길인 연로(硯路)를 중수공사 했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이는 반구대에서 생산되는 벼루돌은 조선조부터 이미 유명하였음을 보이는 대목이다.

▲ 언양록석 유길훈 벼루장인.

충청도에서 질 좋은 벼루 돌을 찾아 십 수 년 전에 반구대에 정착한 언양록석 벼루공방장인 유길훈선생에 의하면 서당훈장이 학동들을 데리고 대곡천의 평평한 천연바위 위에 먹을 갈아 종이에 글씨를 썼고 먹물이 남으면 그 다음날 또 쓰곤 했다는 설이 있다고 한다. 푸른빛이 나는 언양록석은 중국의 어느 벼루보다 석질이 부드럽고 먹물이 잘 마르지 않으며 먹색이 곱게 나기에 서예가나 스님들이 많이 찾는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어느 누구는 이 벼루를 반구대 계곡의 돌로 만들어지기에 반계연(盤溪硯)이라 이름하고 싶다고 했다.

풍수지리에서 물과 바람의 조화를 잘 인식하여 온기(溫氣) 있는 바람 지역을 찾아내어 사람이 살 곳으로 선정하는데 있어 주변 산이나 물의 역할은 크다. 대곡천은 산맥과 물길이 서로 안고 도는 태극무늬처럼 어울려 음양의 조화를 부리며 흘러가는 모습이 이채롭다. 이러한 국세를 산태극 수태극(山太極 水太極) 지세라 하며 길지(吉地)의 형국으로 분류된다.

▲ 오곡에서 바라본 대곡천 물돌이.

대곡리 주산은 높이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가지산 고헌산 백운산 천마산 연화산(532m)에 연결되고 안산은 동뫼산으로 마을 앞에 있는 반달형의 산으로 둥글게 생겨 마을에 좋은 기운을 보내고 있다. 두 개의 현무산 사이에서 오는 명당수는 마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구곡수로 안산과 무정하게 청룡 측 자락으로 나가는 것이 특이하다. 현무산 좌측에서 오는 넓고 후부한 지맥과 연결된 청안 이씨 종택의 마루에서 보이는 문필봉은 아름답다.

대곡리의 근원 풍수지맥과 형국을 살펴보면 첫째 태조산인 가지산에서 주산 연화산에 이르는 순차적 높이는 사다리의 기운으로 천제형(天梯形)이 된다. 둘째 연화산을 주산으로 하는 연꽃 형국으로 꽃의 중앙에 해당된다. 셋째 대곡천과 어울리는 산태극 수태극의 기운이 서려 있다. 사다리는 스스로의 기량으로 자기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로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기운이고, 연꽃은 크고 은은하게 화려하고 부귀 중 귀함이요, 물질과 정신 중에는 정신적인 면의 상징이다. 연자(蓮子)에는 씨를 퍼트리는 다산(多産)의 의미가 있다. 태극의 의미에는 상생조화 장점과 한쪽으로 치우침의 단점도 있다.
 

▲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연꽃은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으로 자기를 들어내기 위해 큰물을 필요로 하는데, 사연댐과 대곡댐이 그것이다. 연꽃형국의 증거로는 연밥에 해당되는 동뫼산 정상에는 땅속에서 연씨 같은 둥근 돌이 자주 발견되고 있다. 그래서 인지 동네어른 이상락(83) 어른에 의하면 대곡리에 정착 후 한분의 입향조 할아버지에서 문벌이 늘어나 집안의 인구가 많고, 이 마을 출신으로는 부자 보다는 정신적 학문을 추구하는 학자와 교직자가 대부분이다.

사연댐 이후에 대곡리 출신 인물은 많다. 구호댁 며느리에 의하면 이 마을 청안 이씨 출신으로 한의학박사 고 이민태, 그의 딸 이은심 현직부장판사, 불교경전에 몰두한 한문학의 대가 성균관 한학자 고 이진영선생을 비롯해 박사 5명과 많은 교육자가 배출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종택에서 바로 보이는 문필봉의 혜택일거라 믿고 있었다. 풍수지리 관련 서적의 서두에는 인걸(人傑)은 지령(地靈)이란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사람이 태어날 때 누구든지 땅의 신령스런 기운을 받고 태어나며, 스스로 그 미래운명이 어느 정도 정해진다는 뜻 일거다. 울산시 언양읍 대곡리 풍수지리 명당산책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땅과 사람의 인과설로 표현되는 인걸지령에 대한 현실 가능성일 것이다.

강상구 대왕풍수지리연구소장·풍수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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