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산꾼 진희영의 영남알프스 속으로]11. 억산(상)

▲ 무지개폭포(1폭포).

천년고찰 석골사 아래 석골폭포
한반도 지도 형상으로 이름나
여름철 물놀이 장소로도 각광

석골사 뒤편 흰덤바위봉 능선 아래
억산 남서방향서 발원한 물줄기
새암터골서 3단 무지개폭포 형성
무지개·선녀·나무꾼 폭포로 나뉘어

100m씩 떨어진 거리에 위치
우기철 2폭포, 장대함에 감탄사 절로
천년묵은 이무기 승천하는 듯

영남알프스 서쪽 사면에 속하는 억산은 골산(骨山)으로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들과는 달리 암봉과 바위능선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 또한 이곳은 운문지맥이 이어지는 구간으로 낙동정맥의 주봉인 가지산에서 허리를 틀어 아랫재를 지나 운문산, 억산, 문바위, 북암산, 수리봉으로 이어지고, 다른 한줄기는 구만산과 육화산을 지나 비학산까지 이어진다.

▲ 선녀폭포(2폭포).

능선에 올라서면 해발 700m 이상이 마루금을 이루어 종주산행이 가능하며 전국의 다른 산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군데군데 기암괴석과 바위능선, 골짜기가 잘 어우러져 등산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억산 오른쪽아래 새암터골에는 무지개폭포가 숨어있고 왼쪽 대비골에는 천년고찰 대비사가 있다.

새싹들의 향연은 이제 녹음으로 짙어가고 세상은 온통 초록과 꽃들로 치장되어 있다. 이 꽃들은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피었다 지기를 거듭하고 보이는 것 모두가 꽃으로 느껴지는 계절이다. 우리 인생 또한 피고 지는 꽃잎과 같이 세월의 흐름 속에 피었다가 어느새 지고 마는 꽃잎과 다를 바 없다. “산천을 유람하는 것은 좋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는 말처럼 이 아름다운 계절을 가만히 산천을 바라만 볼 수 있을까? 산속에 산이 있고 그 속에 아름다운 비경(秘境)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억산과 무지개폭포를 찾아 산행을 떠나본다.

국도 24호선 지방도로를 따라 경남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 원당마을(흔히 석골사 입구)로 간다. 3시 방향 4차선도 아래 지하도를 지나 석골교를 건너면 마을회관이 나온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석골사로 올라가는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 길은 외길이다. 약간의 경사와 주변의 경관이 어우러져 걷는 내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차량이 있다면 석골사 주차장까지 갈 수도 있다.) 걸어서 20여분 만에 석골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주차장 오른쪽 아래 계곡에는 물줄기가 한반도 지도를 닮은 석골폭포가 있다. 약간의 휴식도 취할 겸 석골폭포를 둘러본다.

▲ 나무꾼폭포(3폭포).

◇석골폭포(石骨瀑布)

석골폭포는 천년고찰 석골사 아래에 있다. 운문산 남·서릉과 대비골, 새암터골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이곳에서 합수되면서 높이가 10여m, 소(沼)의 둘레가 50여m로 언제나 수량이 풍부한 편이다. 여름 장마철 뒤 쏟아지는 물줄기는 천지를 진동하듯 우렁찬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또한 이곳은 여름철 아이들의 물놀이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석골폭포를 둘러보고 위로 올라가면 천년고찰 석골사가 자리하고 있다. 석골사는 하산시 방문하기로 하고 절 후문에서 합장반배 한 후 운문산 방향으로 30여m정도 오른다. 2분 후 비탈길을 따라 왼쪽 계곡으로 향한다. 곧이어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은 흰듬바위봉, 억산 방향이고, 왼쪽 계곡 방향으로 향한다. 밧줄이 가로로 묶어져 있는 짧은 바윗길을 지나 계곡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간다.

등로는 온통 나무와 숲들이 하늘을 가려 햇빛은 거의 들어오지 아니한 원시림 수준이다. 계곡을 왼쪽에 두고, 숲길을 30여분 정도 오르다보면 두 군데 물이 합수되는 지점 새암터골에 도착한다. 계곡 왼쪽은 물 흐르는 소리를 느낄 수 있지만 오른쪽 계곡은 비가 온 뒤 2~3일간을 제외하곤 마른 천(川)이 되어 버리는 곳으로 지표상 물이 보이지 않는다.

계곡을 건넌 후 왼쪽 길을 무시하고, 오른쪽 희미한 등로를 따른다. 이곳은 옛날 숯을 구웠던 숯가마가터가 있는 곳으로 주변에 숯가루 흔적이 있다.

이 때부터 약간의 오름이 시작된다. 산길은 벌목으로 인하여 주변이 온통 나무들이 깔려있어 걷기가 불편하다. 계곡방향으로 나아간다. 계곡을 좌우로 넘나들면서 거의 흔적수준의 등로를 쉬엄쉬엄 오르다 보면 커다란 바위협곡을 지난다. 이때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분명 아래에는 물이 없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물 흐르는 모습이 보인다. 계곡 합수점에서 계곡을 따라 오른 지 30여분 뒤 계곡은 다시 좌우로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하고, 왼쪽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조금 뒤 계곡 선상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100여m 정도 오르면 계곡이 좁아지며 협곡이 나타나는데 우측에 폭포가 있다. 무지개폭포다.

▲ 석골폭포. 비 온 뒤 장관을 이루고 있다.

◇무지개폭포

무지개폭포는 석골사 뒤편 흰덤바위봉(732m) 능선 아래 있는 폭포다. 억산 남서 방향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새암터골’로 흘러들면서 바위와 암반으로 형성된 협곡을 만들어낸다. 폭포는 겨울철에는 잘 보이지만 여름철에는 나뭇잎에 가려 자칫하면 등산로에서 이탈하여 폭포를 찾지도 못하고 애를 먹을 수 있다. 필자도 10여 년 전 무지개폭포를 찾으러 갔다가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려 주변을 한참 헤맨 경험이 있다.

무지개폭포는 제1, 제2, 제3폭포가 있는데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1폭포를 무지개폭포, 2폭포를 선녀폭포, 3폭포를 나무꾼폭포라로도 부른다.

1폭포는 높이가 약 10m 정도로 폭포 중간에 튀어나온 바위덩어리에 물살이 부딪치며 갈라지면서 물보라를 일으킨다. 이때 햇빛이 비치면 무지개가 발생한다 하여 무지개폭포라 부른다. 2폭포(선녀폭포)는 1폭포에서 100m가량 위쪽에 있다. 2폭포는 높이가 50여m로 좁은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는 우기에는 그 장대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장엄한 물줄기가 마치 이 골짜기에 숨어 지내던 천년 묵은 이무기 한 마리가 무지개폭포를 타고 억산 방향으로 승천(昇天)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3폭포(나무꾼폭포)역시 2폭포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있다. 3폭포는 약간 누운 형태의 폭포다. 3폭포 역시 높이가 50여m 정도로 옛날 나무꾼과 약초꾼들이 더위를 식히려 이곳을 자주 찾아 다녔던 곳이다.

1폭포(무지개폭포)를 구경한 뒤 2폭포로 가려면 올라왔던 길을 조금 돌아 나온 뒤 오른쪽 능선을 타고 오른다. 폭포상단에 올라서면 이곳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시원스럽게 열린다. 계곡을 타고 오르면서 답답했던 가슴을 일시에 날려버리기에 적당한 전망대 역할을 하는 장소다. 새암터골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맞은편의 수리봉과 멀리 정승봉의 모습도 조망된다. 2폭포(선녀폭포)를 둘러보고 3폭포(나무꾼폭포)로 가려면 바위벽을 타고 오를 수도 있지만 오른쪽 비탈길을 타고 오른다. 100여m의 비탈길을 올라야 하는데,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조심스럽게 산행을 해야 한다.

3폭포를 둘러보고 오른쪽 바위 사면 길을 60여m정도 타고 오르면 산길은 이내 편해진다. 이곳을 지나 30여분 정도 오르다 보면 계곡이 좌우로 갈라지는 지점에 도착한다. 계곡 가운데 능선을 따라 비탈길을 곧바로 타고 오르면 능선길에 닿는다. 이 능선 길은 북암산이나 수리봉, 사자봉, 문바위방향으로 이어지는 등로로 사자봉과 억산의 중간지점으로 10여m 왼쪽에 119푯말(밀양 억산-1)이 서있다. 나무기둥에 누군가 석골사, 무지개폭포로 내려가는 길목임을 표시해놓기도 했다.

▲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이때부터 걷기가 한결 편하다. 오른쪽으로 간다. 곳곳에는 늦게 핀 철쭉꽃들이 터널을 이루며 만개해있고 원추리, 제비꽃, 산목련 등 이름 모를 야생화가 지천에 깔려있고 정말 걷기편한 능선길이다. 10여분 뒤 갈림길이 있는 925m봉을 지난다. 이곳에서 억산 0.6㎞, 석골사 2.2㎞, 북암산 3.1㎞, 문바위 2.1㎞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면 오른쪽은 흰바위봉을 거쳐서 석골사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은 억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거의 평지수준의 임도길이 이어지고 헬기장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사방이 확 트이는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맞은편 운문산과 상운암은 손을 길게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오고, 왼쪽으로 억산 바위봉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발아래는 대비골이 고요 속에 잠들어 있는 느낌이다. 전망바위 위에서 한동안 눈의 호사를 누린 뒤 억산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조금 뒤 해발 944m의 억산 정상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운문산 4.2㎞, 범봉 1.6㎞, 팔풍재 0.6㎞, 석골사 2.8㎞이다. 진희영 산악인·중앙농협 달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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