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유치 결정 주민들 입장 존중
노후 원전부터 폐로하는 게 순리

▲ 최길영 울주군의회 행정경제위원장

필자의 지역구인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일원에 들어서고 있는 신고리 원전 5·6호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인 ‘탈(脫)원전’ 정책의 여파 탓이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된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공약이행 여부가 검토되고 있으며, 전체 원전 안전성과 비용 등을 깊이 있게 검토해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건설 중단으로 가닥을 잡은 추측성 보도들이 난무하며 지역사회를 혼란 속에 빠뜨리고 있다.

정부의 전력수급기본 계획에 따라 삶의 터전을 내주며 자율유치를 결정한 주민들 입장에선 안타까울 따름이다. 해당 지자체와 지방의회, 특히 지역주민과 이해관계자들의 의사가 가장 존중되어야 하나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신고리 5·6호기는 현재 30%에 육박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총사업비 8조6000억원 가운데 1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여기에다 4조9000억원의 자재구입 계약까지 완료된 상태라 공사가 중단될 경우 계약 해지 비용으로 1조원의 패널티를 물어야 하는 등 2조5000억원을 허투루 쓰는 꼴이 된다.

울주 지역 입장에서도 자율유치신청에 따른 인센티브 1500억원과 정부지원사업 법정지원금 1조원, 신리 마을 이주 및 어업보상권 2700억원을 받지 못하게 되고, 지방세수 역시 2조2000억원이 감소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단순히 드러나는 수치다. 주민들의 생활방식 하나부터 열까지 원전 건설에 맞춰져있는 만큼 막대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원전 지원금을 기반으로 한 지역의 정책들의 수정도 불가피해진다. 울주군의 역점사업인 에너지융합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이 그 단편적인 예다.

일자리 창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도 사라지게 된다. 당장 주 설비 공사에 따른 일일 3000명, 연 60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원전과 관련된 중소기업 760개 업체의 경영악화 또한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는 등 특히나 조선업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추가로 들어가게 될 매몰과 복원 비용 또한 국가적 낭비다. 대외적으로도 사업성이 높은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이나 대형플랜트 수주 감소라는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디까지인지는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어도 쉽게 결정지을 사안이 아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탈원전이라는 정책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이라는 공약사안에 대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지역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반핵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삶의 터전을 내주며 정부의 국책사업에 동의한 지역 주민들이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건설을 중단한다면 앞으로 누가 지역 희생을 담보로 한 국가정책사업에 협조하겠는가.

물론, 지역 주민들도 ‘탈 원전’ 이라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을 배제한 에너지 정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막대한 손실을 안고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중단 결정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로 건설 중인 원전보다 비교적 안정성이 떨어지는 노후 원전부터 폐로하는 것이 순리다.

국익과 지역 정서, 그리고 현실성을 감안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최길영 울주군의회 행정경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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