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앙마르슈’ 최대 72% 의석 예상…기성 거대정당들 전전긍긍

▲ 프랑스 총선, 마크롱 대통령 신당 대승 전망.

“신당 배지 달면 염소가 나와도 당선될 판”…“마크롱에 절대권력 줘선 안 돼”

오는 11일과 18일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이 과반 훨씬 웃도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자 야당에선 총선 이후 마크롱의 ‘독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마크롱의 배지만 달고 나오면 염소라도 당선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신당이 일당독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장피에르 라파랭 전 총리는 지난 7일(현지시간) BFM TV에 출연해 “젊은 대통령을 뽑은 것이 프랑스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었고 이는 매우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혼자서 통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당 체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좌파 포퓰리즘 돌풍을 일으켜 1차투표 4위를 한 장뤼크 멜랑숑도 유권자들에게 “마크롱에게 절대권력을 줘서는 안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는 특히 여당이 압승하면 새 정부가 제1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노동 유연화가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마크롱의 ‘독주’를 견제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것은 총선 1차투표를 이틀 앞두고 여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과반을 크게 웃도는 압승을 거두리라는 여론조사들 때문이다.

▲ 마크롱의 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총선 후보.

해리스인터랙티브가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 앙마르슈(정치연대로 묶인 민주운동당 포함)는 하원 577석 중 과반(289석 이상)을 크게 웃도는 360∼390석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됐다.

의석수는 중도우파 공화당 125∼140석, 중도좌파 사회당 20∼30석, 극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15∼25석, 극우정당 국민전선(FN) 8∼18석 순으로 전망됐다.
오피니언웨이가 이날 발표한 조사에서도 앙마르슈의 예상 의석은 370∼400석이며, 최대 415석에 달할 것이라는 여론조사(입소스-소프라 스테리아)도 있다.

415석은 하원 전체의석의 72%다.

프랑스 총선은 오는 11일 1차 투표를 진행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5% 이상 득표자들만 따로 모아 18일 결선투표로 최종 승자를 가린다.

결선에는 보통 2∼3명의 후보가 진출하는데, 앙마르슈 후보들은 결선에서 특히 유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당 대선 후보로 나섰다가 1차 투표 5위에 머문 브누아 아몽은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이어지고 있는 마크롱의 돌풍을 ‘마크로마니아’라고 이름 붙였다.

마크롱의 이름에 ‘마니아’를 합성한 이 신조어는 마크롱에게 광적으로 열광하는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를 의미한다.

최근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이런 현상을 반영, 마크롱의 사진을 하이틴 잡지 스타일로 꾸미고 “그는 물 위를 걷는다. 총선 압승”이라는 풍자 섞인 문구를 넣기도 했다.

신당의 선풍적인 인기에 야당의 거물급 현역 정치인들도 오래된 자신의 지역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녹색당 소속 세실 뒤플로 전 주택장관은 파리 동부의 지역구에서 여당의 28세 신예 피에르 페르송을 상대로 고전하고 있고, 공화당의 인기 여성정치인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 전 장관도 마크롱이 내세운 기업인 출신 후보를 상대로 분투 중이다.

신당의 공천만 받아도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평론가 크리스토프 바르비에는 BFM TV에 출연, “마크롱의 배지만 달고 나오면 염소라도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집권당이 총선에서 과반의 승리를 거두는 것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지난 2002년 대선부터 대선과 총선이 한 달 차이로 같은 해 치러지도록 대통령 임기가 현 5년으로 단축된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세 번의 총선에서 모두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과거 총선에서 승리한 당들은 현 공화당·사회당(또는 그 전신)으로 기성 거대정당이었다.

창당한 지 갓 1년이 된 원외정당인 앙마르슈와는 유권자들의 친숙도나 당의 인적·물적자원 규모와 질 면에서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런 이유들로 신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 마크롱의 대선 승리만큼이나 프랑스 정치사를 새로 쓰게 된다는 평가가 많다.

▲ 1959년 샹젤리제 거리에서 의장대 사열하는 샤를드골 당시 대통령 당선인(차량 안 군복입은 인물).

여론조사대로 앙마르슈가 의석을 가져가면 1968년 6월 당시 여당이었던 샤를 드골의 공화국민주연합(UDR)외 완승 이래 프랑스 제5공화국 역사상 최대 승리가 된다.

프랑스 현대정치의 근간을 마련한 드골은 집권 후 소위 ‘68혁명’으로 사회가 불안정해지자 1968년 의회를 해산한 뒤 그해 6월 총선을 실시,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 심리에 힘입어 전체 의석의 72.6%를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는 프랑스를 나치 독일로부터 해방한 1등 공신인 드골이 ‘국민 영웅’으로 대접받는 거물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당의 압승 전망이 굳어지면서 총선 이후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신당 공천자의 대다수가 정치 신인들이라 새로 구성될 의회가 행정부에 예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마크롱은 부패하고 무능한 기성 정치권을 갈아엎겠다면서 앙마르슈 공천자의 절반을 선출직 공직 경험이 없는 시민사회 출신 전문가들로 채웠다.

여론조사연구소 폴링복스의 제롬 생마리 연구위원은 AFP통신에 “과반 의석의 다수당 의원들이 대부분 정치신인이라면 행정부의 권력집중이 매우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Cevipof)의 파스칼 페리노 박사도 “신당의 압승은 처음엔 하늘이 준 선물로 여겨지겠지만, (정부와 여당이) 내부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