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비용 발생·조합 운영 부실
조합원 간 갈등 등 많은 문제 야기
꼼꼼한 사전점검으로 피해 줄여야

▲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기존 분양 주택을 통해 집을 마련하는 것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택조합의 열기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맹점들이 도사리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명목상 사업주체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조합이지만 실제 수익은 대행사나 시행사가 가져가는 구조인 것이 대부분이다. 주택이 들어설 부지 확보 단계에서부터 조합원들의 돈으로 부지를 매입해 추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인가 과정에서 가구 수가 줄어들거나 장기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명시된 금액 이상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호언장담하지만 사업추진비나 업무 이행비 등의 업무 대행비를 추가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조합 탈퇴를 희망할 때 조합원 자격 승계의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계약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 상 임의탈퇴가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모집, 부지 매입 등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업 기간 역시 길어질 수밖에 없고, 부지 매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에는 조합원의 추가부담금도 발생하게 된다. 지역주택조합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 부진 및 시행사의 부도 등으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조합원이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일부터 개정된 주택법이 시행됐다. 개정법령에는 기존 지역주택조합이 안고 있던 다양한 문제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규정들을 포함하고 있다. 먼저 조합원의 조합 탈퇴 및 환급 청구를 가능하게 만들어 기존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들이 탈퇴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조합규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비용 환급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조합 가입 시 규약에 환급 여부와 환급율을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또 기존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수익만 올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음으로써 조합원에게 손해를 끼친 대행사와 시행사 문제에 대해서도 업무 범위와 손해 배상 책임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조합원 보호를 강화했다. 여기에 관할 지자체를 통한 조합원 모집 신고와 공개모집을 의무화함으로써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관할 지자체가 관리, 감독할 수 있게 했다.

이번 개정 법령은 기존 지역주택사업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려 지난 5월에만 소비자의 눈을 가리는 지역주택조합 광고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주택법 개정적용단지라며 홍보하고 나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지역주택조합도 있었다.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투명하게, 조합원에게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개정 전에 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소급 적용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개정된 주택법을 준수한다는 대행사의 말에 현혹돼 가입한 조합원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한 보상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들 기존 지역주택조합이 개정법령을 자발적으로 지킬 것이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역주택조합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다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러나 허위과장광고부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책임을 조합원이 져야 함으로써 추가 비용 발생, 운영 부실, 조합원 간 갈등 등 많은 문제를 야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 개정된 주택법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당사자인 대행사나 시행사, 조합원과 조합 모두가 지역주택조합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에 앞장섬으로써 지역주택조합 본연의 취지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조합 가입자들은 좋은 지역주택조합을 고르기 위해 조합규약을 확인하고 해당 조합의 토지 확보 여부, 사업주체의 신용 등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이호진 세민병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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