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치국 사무소, 4년 전 카타르 도하에 개소

▲ 카타르 국기.

탈레반과 관계맺기 요구하고 이제 와 카타르 때리는 美이중성 부각 의도

 

카타르의 한 고위 인사가 카타르 정부의 테러리즘 지원 의혹과 관련, 아프가니스탄 테러조직 탈레반과 대화 채널을 유지한 것은 미국 정부의 요구였다고 주장했다.

무틀라크 알카흐타니 카타르 외무부 대테러 특사는 11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카타르는 미국 정부의 요청과, 평화를 위해 대화로 갈등을 중재한다는 개방 정책에 따라 탈레반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는 미국과 탈레반, 아프간 정부가 대화(평화회담)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카타르 도하에 2013년 6월 정치국 사무소를 공식 개소했다.

당시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오마르는 카타르가 ‘중립적’이어서 정치국 사무소를 열 적당한 장소로 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해 3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카타르를 정상방문해 탈레반의 해외 사무소를 걸프 지역에 여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아프간 정부는 애초 이를 반대했지만 아프간에서 철군을 염두에 뒀던 당시 미국 정부의 요구로 결국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카흐타니 특사는 카타르와 탈레반의 관계에 오히려 미국이 개입했다는 점을 드러냄으로써, 이제 와 사우디의 단교에 동조하는 미국 정부의 이중성을 부각한 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 아랍국가 9개국은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지난 5일부터 단교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근거로 활동하는 수니파 원리주의 테러조직으로 1996년 합법 정부를 수립했지만 9·11 테러를 계기로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미국 정부가 아프간을 침공하면서 2002년 축출돼 현재 친미 정부, 미군과 유혈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9·11 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를 비호한다는 이유로 침공했다.

사우디 등이 카타르가 지원하는 테러조직으로 탈레반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탈레반은 중동에서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와 함께 수니파 원리주의를 사상적 토대로 하는 대표적 테러조직이다.

카타르와 단교한 사우디 등이 9일 발표한 카타르가 지원한다는 테러단체와 개인의 명단엔 탈레반과 직접 연결된 조직, 개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알카흐타니 특사는 또 “카타르는 대내적으로 적절한 (반테러) 법률을 시행하면서 테러자금 지원을 감시하는 여러 국가 조직이 있다”며 “다른 믿음을 가진 다양한 문명이 관용 속에 공존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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