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적으로나 문화적 공통점이 많은
한국과 베트남은 이상적 파트너국가
엑스포 개최로 문화적 공감대 형성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전 언론인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미, 한·중, 미·중간의 갈등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가 참으로 고단한 나라임을 알 수 있다. 자칫 고립무원으로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노파심까지 든다. 미국과 세계패권경쟁을 넘보는 수준으로 막강해진 중국은 현재의 동북아 질서를 ‘비정상’으로 간주, 자국의 역사적 경험과 기준에 맞는 전략적 목표를 정해 놓고 꾸준이 밀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이 “한국은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고 트럼프에게 말한 것으로 보도된데서도 중국의 본심이 무엇인지 드러난다.

중국은 아편전쟁 이전 왕조시대 한반도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 수준을 기준으로 놓고,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나가서 마침내는 미국을 한반도에서 배제하는 것을 ‘장기 정상화’로 보는 것 같다. 러시아의 푸틴이 2차대전후 냉전시대 소련이 동구를 장악했던 것을 이상적인 기준으로 놓고 지난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던 사례를 교과서나 참고서로 삼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륙세력을 대표하는 중국, 러시아가 20세기부터 세계질서가 미국, 영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에 기울어진 불균형을 이뤄왔으며 자신들이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 하다.

이런 흐름을 타고 북한은 한국과는 대화는커녕 핵과 미사일을 내세워서 강대국 행세를 하면서 한국을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수준으로 격하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미국을 직접 상대하고 남한은 맞상대로 대접하지 않겠다는 심사다. 미국도 예전같지 않다. 트럼프 정부가 기후협약을 헌신짝 버리듯 하는데서 보았듯이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를 놓고 흥정을 세게하면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서부터 독도까지 사사건건 한국이 외교안보적으로 불안정한 틈을 타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대외상황을 종합적으로 놓고 보면 한국은 참으로 고달픈 처지일 뿐 아니라 자칫하면 고립무원의 상태로 빠져들지 않을지 걱정이다.

모름지기 한 나라가 튼실하게 존립하려면 언제든지 서로 도울 수 있는 ‘형제같은 나라’가 있어야한다. 영국이 제국의 반열에서 내려왔지만 미국이 있기 때문에 그래도 유럽에서 큰소리를 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일본도 태국, 필리핀 등 파트너 국가를 갖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미국을 꼽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과 한국은 양국 관계의 출발부터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우방이지만 서로 파트너 혹은 형제국가로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이런 한국으로서는 베트남이야말로 가장 적합한 ‘파트너국가’라 할 수 있다. 베트남은 중국 대륙의 변두리에 위치한 역사적인 경험에서부터 인종적으로나 문화 관습적으로 한국과 가장 공통점이 많은 나라다. 베트남은 고대로부터 중국대륙의 지배자와 다투어 온 역사이고, 일본에 대한 인식도 우리 못지않게 좋지않다. 2차대전 당시 비록 짧았지만 가혹했던 일제의 군국주의 착취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한국과는 월남전쟁의 상처가 있다고 하지만 ‘세계 최강국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부심으로 ‘한국과 전쟁을 했다’는 인식은 별로 없어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베트남은 경제적으로 상호 3~4위권 교역파트너가 되었고, 베트남에 가서 살거나 비즈니스를 하고있는 한국인의 수가 20만명을 헤아리고 있다. 삼성 휴대폰 대부분이 베트남산이라는데서 알수 있듯이 많은 국내 대기업들이 중국시대를 끝내고 베트남을 최대해외거점으로 키우기 시작했다. 경제관계를 넘어 오는 11월 한달간 문화, 그것도 우리 전통문화를 주류로 베트남의 경제수도 호찌민시에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문화라는 인류의 가장 순수한 공통분모를 통해 베트남과 한국이 미국·영국, 독일·프랑스 같은 파트너 국가로 관계가 발전하도록 하는 초석이다. 베트남이야말로 고단하고 자칫 외로워질 수 있는 한국이 전적으로 손잡아야할 나라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전 언론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