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불균형에 따른 계층간 갈등
사회적 비용 증가·경제성장 저해
소득 불균형 완화 묘안 필요한때

▲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얼마 전에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GDP(국내총생산)는 전년 4분기대비 1.1%가 증가해 6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출측면에서 보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전분기대비 각각 6.8%, 4.4% 증가해 양호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수출도 2.1% 증가, 개선추세를 이어 갔으나 민간소비는 0.4%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생산측면에서 보면 농림어업, 건설업이 5%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 가운데 제조업도 2010년 4분기 2.2% 이후 가장 높은 2.1%를 기록하였으나 서비스업은 0.2% 성장에 그쳤다.

1분기 GDP를 통해 볼 때 현재 우리경제는 전체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내수가 부진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민간소비가 저조하고 이와 직결된 서비스 생산 증가율이 낮은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수년간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기인한다는 주장도 있으나 근본적으로 소비를 견인할 만큼 가계의 소득증가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동안 우리 경제정책은 친기업적 성장우선론의 목소리가 큰 편이었다. 이는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야 기업의 이윤도 늘어나며 기업의 이윤이 늘어나야 노동자에게 배분되는 임금이 늘어나고 그래서 노동자는 늘어나는 소득을 바탕으로 소비를 늘리게 되고 소비가 늘어나면 다시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는 선순환구조가 완성된다는 논리이다. 아랫목을 먼저 따뜻하게 한 후 점차 윗목으로 온기를 확산해 나가야 한다는 이른바 ‘군불론’이 대표적 주장이다.

그런데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성장우선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소득주도 성장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가계의 소득이 증가하게 되면 소비가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게 되면 기업의 생산이 확대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그 동안의 성장우선 정책이 가계보다 기업의 부를 늘려주고 가계 내에서도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을 초래해 우리 경제구조의 악화를 불러왔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소득주도 성장론자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교수시절에 관련 통계 분석을 통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주체 간 소득불균형이 크게 악화되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1990~1999년중 기업소득증가율과 가계소득증가율은 연평균 각각 6.6%, 5.5%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00~2007년중에는 각각 8.1%와 3.6%, 2008~20014년중에는 각각 5.0%와 2.4%로 나타나 기업소득증가율이 가계소득증가율을 배 이상 상회했다. 또한 전체소득중 개인소득 상위 10%의 소득집중도가 1995년에는 29.2%였으나 2013년에는 44.9%로 상승해 가계 내에서도 소득증가가 일부 계층 위주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주도 성장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측에서는 세제지원 등 기존의 사후적 소득 재분배로는 소득불균형 해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보다 효과적인 소득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원천적으로 저소득층의 임금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밑바탕에는 경제가 자리 잡고 있다. 소득불균형에 따른 계층 간의 알력 심화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장 자체를 불가능하게 할 수 있다. 며칠 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불평등 해소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민주주의를 주장했다. 현 정부의 정책의지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소득불균형 완화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행과정에서 경제주체 간 이해상충으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저소득근로자의 임금을 큰 폭 인상할 경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이에 대해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불어 사는 사회, 행복도가 높은 사회를 위해 소득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묘안이 나와야 할 시점임은 틀림없다.

신병곤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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