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걸 서울산개발(주) 사장 전 ubc울산방송 대표이사

“내가 조금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 많은 기업들이 부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인허가 업무를 직접 처리해 본 사람이라면 공무원들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알 수 있다. “이것 저것은 보완을 해 와야 합니다.” 공무원들은 너무나 쉽게 또 당연하게 얘기하지만 민원인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따르자니 수반되는 자금과 시간은 어찌하며,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데 꼭 해야 하나? 라는 불만을 민원이면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법이나 규정에 어긋나는데도 억지를 부리는 민원도 있고, 법적인 절차를 충분히 정리한 민원도 있다. 공무원이 재량권을 발휘하면 충분히,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민원의 경우 이런저런 이유로 처리가 늦어지면 민원인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추후에 발생할지 모를 문제점까지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럴 때 동료 공무원이 나서 교통정리를 해 준다면 어떨까?

울산시 산업입지과 김모 공무원. 그는 민원인과 함께 관련부처를 방문하기 위해 서울 출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신속한 민원처리를 위해 해당 공무원을 직접 만나 상황을 설명하고, 난관에 부딪치면 다른 비슷한 사례나 판례를 제시하며 이해를 구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천일반산업단지. 42만여 평에 이르는 산업단지 공사는 모두 마무리되고, 80개 입주 예정업체 가운데 50여개가 공장을 짓고 가동 중에 있다. 이들 기업체들의 시급한 현안은 사업 준공이다.

사업준공이 돼야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있고, 은행 금리도 크게 낮출 수 있다. 준공을 위해서는 도로와 녹지, 상하수도 등 각종 시설물을 행정기관으로 관리권을 넘겨야 한다. 이관대상이 수십 개에 이르는데다 해당 기관에서는 완벽한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LH에서 추진하는 중구 혁신도시 조차 수년째 사업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해당 공무원에게 기업체의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도움을 청해도 태도는 한결같다. 당초 허가받은 조건대로 처리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져도 마이동풍이다.

반천일반산업단지의 어려움을 접한 울산시 산업입지과 김 공무원이 백기사를 자처했다. 지금같이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사업 준공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기업체에 돌아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공무원인 저희가 발 벗고 나서면 조금 수월할 수 있다”라는 사명감으로 앞장섰다.

공무원의 이런 자세는 본인의 의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울산시장을 비롯한 고위직 공무원의 공감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하듯이 최고 책임자의 자세가 일선 공무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와 같이 민원처리에 적극적인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공무원도 많다는 점이다. 세상일 처리가 그러하듯이 잘못을 고치라고 하기 보다는 잘한 부분을 발굴해 칭찬하고 합당한 포상을 한다면 훨씬 효과가 크다.

말을 잘 달리게하기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이 필요하듯이 울산시가 초기에 실시한 바 있는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에 대한 파격적인 인사 조치는 경직된 조직문화에 큰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고 많은 시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바 있다.

평생을 공직에 몸담았던 전직 구청장의 독백이 생각난다. “8급 공무원의 힘이 그토록 막강한 줄 정말 몰랐다”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김종걸 서울산개발(주) 사장 전 ubc울산방송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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