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열 울주군수

국내 첫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 퇴역식이 19일 많은 국민의 관심 가운데 부산 기장 고리본부에서 열렸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탈원전 국가로의 에너지 정책 전환과 이를 실현할 로드맵을 제시했다. 필자도 이 자리에 참석해 새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직접 경청할 수 있었다. 필자의 촉각을 더 곤두서게 만든 것은 대통령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관련 입장이었다. 문 대통령께서는 이날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즉각적인 ‘건설 중단’ 선언은 아니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이행의 중요성과 책임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원전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해 가야 한다는 정부 정책에도 공감한다. 그렇지만, 갑작스런 건설 중단 가능성에 지금 지역은 큰 혼란을 겪고 있다.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 지역주민이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지자체장으로서 건설 중단을 둘러싼 몇 가지 의견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해당 지역주민과의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신고리 5·6호기는 우리 군 서생면 주민들이 국내 최초로 자율 유치한 원전이라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국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원전을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2013년 신고리 5·6호기를 자율 유치했다. 고향을 떠나야 했거나 마을이 반 토막나는 아픔을 감수하고 내렸던 주민들의 선택이었다.

신고리 5·6호기 관련 결정은 국가 시책을 위해 희생을 자처했던 지역 주민들과의 사회적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수다. 공약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국민의 이익과 피해 등 실제적인 상황을 면밀히 살펴 대처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일임을 잘 아실 것이다.

둘째, 경제적인 치명타가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신고리 5·6호기는 총 8조6000여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이미 1조5000억원이 집행됐으며, 공정률이 30%에 이른다. 사업이 중단되면 계약해지 보상비가 1조원이 더 들어가 모두 2조5000억원 상당의 국고가 손실된다.

원전지원금 중단으로 인한 지역의 대규모 사업 중단 등 울산 경제의 심각한 타격도 예상된다. 국토부의 ‘투자선도지구 지정’이라는 정부 약속과 정책을 믿고 추진한 우리 군의 에너지융합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그 예다.

이 산단 조성은 사업비 2790억원의 대규모 사업으로, 원전지원금 1500억원 가운데 800억원이 투입된다. 원전지원금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사업에 따른 1조9000억원의 생산유발, 4300여명의 고용창출, 53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벼랑 끝에 내몰린 우리 지역 경제는 누가 책임지고 살려줄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그 외 간접적인 경제 파급 효과도 모두 물거품이 된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 조선업 등 울산 주력 산업 쇠퇴로 일자리를 잃은 인력의 흡수가 어려워진다. 새 정부의 첫 번째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 노력과는 지극히 모순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셋째, 한국 원전의 경쟁력 약화로 국가적 손실도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레이트 등 여러 나라에 원전을 수출할 만큼 기술력과 안전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우리 군 서생에 있는 신고리 3호기에는 벤치마킹을 위한 외국 정부와 해외 기업 관계자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을 중단하는 것은 어렵사리 쌓아올린 원전관련 노하우를 스스로 묻어버리는 일이다. 더 나아가 한국형 원전 수출과 대형 플랜트 수주 감소 등 국가 경쟁력 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끝으로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철저한 폐로 관리와 원전해체기술 확보가 더 시급하다는 말씀을 덧붙이고 싶다. 앞으로 월성 1호기와 고리 2·3·4호기 등 설계수명이 끝날 원전이 꽤 된다.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둘러싼 국민적 갈등으로 힘을 소모하기보다 원전해체기술 축적과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다.

대통령께서는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민들과의 소통과 사회적 합의가 없는 과정은 공정할 수 없다. 이번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대통령께서는 ‘사회적 합의 도출’을 분명히 약속하셨다. 신고리 5·6호기와 관련한 새 정부의 ‘공정한 과정’을 고대한다. 신장열 울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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