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LITMUS STORY &’. 다섯 명의 사진 작가와 에세이 작가, 여섯 명의 그룹전이 갤러리 201(울산시 중구 성남동)에서 오는 25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흑백과 클래식한 색감의 사진들과 함께 한병하의 10여점의 컬러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컬러사진이지만 전체적인 전시작품의 분위기는 조용하니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화려한 유원지의 모습이 아닌 폐장한 듯 보이는 낡은 놀이동산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문을 닫은 유원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저기는 어디일까.’ 한 장의 사진 안에 적혀있는 일본어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의 나라시(奈良市)에 있던 드림랜드이다.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보니 나라 드림랜드(奈良 ドリ-ムランド)는 1961년 7월1일에 개장했다. 한창 흥행기에는 이용자가 연간 150만~160만명에 이르렀으나 2006년 8월31일에 폐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폐장 후에도 부지가 팔리지 않으면서 시설·기구들이 방치돼 있었다.

▲ 나라 드림랜드.

한병하 작가는 2016년 10월부터 해체 공사가 시작되기 전, 4년에 걸쳐 드림랜드 사진작업을 했다. 사진에는 목조로 지어진 검정색의 강렬한 롤러코스터가 보인다. 디즈니로부터 기술을 지원받았던 흔적들도 곳곳에 드러난다.

반세기 전 나라시의 가장 즐겁고 화려했을 이 곳. 그 흔적은 이제 그 곳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기억과 사진으로만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이다. ‘장소성’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끔 하는 작업이다. ‘LITMUS STORY &’가 추구하는 철저한 아날로그적 작업방식이 이 이야기에 더욱 힘을 싣는다.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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