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일 울산에서 ‘고래와 암각화’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세계적으로 고래가 그려진 바위그림이 얼마나 있는지, 반구대 암각화의 객관적 가치는 어떠한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세미나였다. 프랑스, 영국, 러시아, 노르웨이, 호주, 미국, 볼리비아 등 10개국의 학자가 참여했다. 청중도 200여명에 이르렀다. 이날 세미나가 이처럼 성황을 이룬 것은 반구대 암각화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일이다. 울산에도 세계에 자랑할만한 자원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암각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 물에 잠기는 것으로 인해 풍화작용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누구도 해법을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 때문에 암각화 보존은 물론이고 관광자원화 사업도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틈에 인근 지역에서 난개발이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 현장은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암각화박물관과 주차장 사이다. 2곳에서 계곡을 성토해서 주택을 건축 중이다. 주차장 뒤편도 개발 중이다. 형상변경허가구역이 아닌 사유지에서의 개발행위이므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 울주군의 고민이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고 해도 세계적 가치를 지진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주변이 어지러이 개발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이미 전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일이다.

울산시는 10여년전 암각화의 관광자원화를 위해 많은 예산을 들여 진입로를 정비했다. 암각화와 가까이 있는 집들을 모두 이주시켰다. 그런데 이제와서 계곡을 성토해 집을 짓는다니 행정의 난맥상이다. 더구나 그 부지가 1991년 울주군이 공매를 통해 개인에게 넘긴 땅이라니 근시안적 행정이 난개발을 부른 셈이다.

문화재 인근 지역이라고 무조건 어떤 건축물도 들어서면 안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용도의 집인지 아직 알 수가 없으나 자연환경에 어울리는 소규모 숙박업소라면 오히려 관광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수해를 우려해 계곡을 성토까지 했다는 것은 자연환경 훼손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가만히 두고 볼 단계가 아닌 듯하다.

울산에는 세계적으로 내세울 문화관광자원이 거의 없다. 반구대 암각화는 ‘대곡천변암각화군’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자원이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울산에서 국제학술대회를 열 만큼 중요한 인류의 유산이다. 그 일대는 이미 공공자산인 것이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이 발생하기 전에 엄중한 법적 잣대로 철저한 관리감독을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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