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때 파업에 개혁동력 꺾인 경험…갈등조정 능력 시험대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열린 첫 일자리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는 문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지난달 10일 제1호 업무지시를 내려 설치를 지시했고 문 대통령 본인이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시간 달라” 최대한 설득 기조…‘명분 없다’ 판단시 대응에 주목

 

민주노총이 오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새 정부가 이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상황에 따라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에 돌발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큰 노동계 이슈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정권 초반 100일의 성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보장 등 3대 요구를 관철하고자 총파업을 예고하고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민노총이 이 계획을 바꾸지 않는다면 청와대의 사회적 갈등 관리 능력은 첫 시험대에 오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민노총의 분위기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실제로 총파업을 하면 청와대가 총력을 기울여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총파업 예고에 신경을 쓰는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방미를 목전에 두고 대대적인 파업 사태를 맞닥뜨린 참여정부 초기와 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3년 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할 당시 4월에는 철도노조와 화물연대가 두세 달의 시차를 두고 각각 두 차례씩 총파업을 했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1차 파업 때는 ‘솜방망이 대응’이란 비난을 들으면서도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했으나 2차 파업 때는 단호하게 대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에서 “노동계가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과욕을 부린 것이거나 노동계의 높은 기대를 참여정부가 감당 못했을 수도 있다”며 “참여정부의 개혁역량을 손상시킨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통령의 인식 등을 고려하면 민노총의 총파업을 무리 없이 넘기는 게 새 정부에게 중요한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노동계가 정권교체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만큼 문 대통령은 최대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1일 일자리위원회 첫 회의에서 노동계를 향해 “1년은 지켜봐달라”고 속도 조절을 당부했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도 11일 민노총 지도부와 간담회를 하고 앞으로 대화를 자주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노총에 방미 동행을 제안한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노총이 방미 동행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 기조를 이어가면 문 대통령도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총의 요구가 이미 대선 공약에 반영돼 시간을 두고 추진하려 하는 상황에서 정권이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된 시점의 총파업은 명분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정무적·정책적 판단의 근거로 내세우는 ‘국민의 눈높이’도 대응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민노총의 총파업 계획을 두고 ‘촛불세력의 청구서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하기 시작했다.

건설노조가 21일 도심 집회에서 인도와 차로 일부를 가로막는 상황이 나오자 일반 시민도 불만을 제기했다.

계속되는 설득 노력에도 민노총의 파업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고 이에 국민 여론도 등을 돌린다면 문 대통령도 단호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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