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혜 경제부 sjh3783@ksilbo.co.kr

주력산업 부진으로 울산지역 유통업계가 그야말로 얼음판이다. 울산의 소비자심리지수도 19개월째 기준치 아래를 맴돌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에 비해 말쟁력이 떨어지는 전통시장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전통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IMF때보다 힘들다는 말을 심심찮게 나돌 정도다.

이런 가운데 올해 울산지역 전통시장 지원사업은 그야말로 풍년이다. 관련 기관에서는 선정된 사업 수나 규모면에서 어느때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특성화 사업에만 문화관광형 시장 2곳, 골목형시장 3곳이 새롭게 선정됐다. 주차장 건립 지원사업, 상인역량강화사업, 장보기·배송서비스 지원사업까지 더하면 7개 분야에 14개 시장이 지원 대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정작 당사자인 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달갑지만은 않다. 얼마 전 울산지역 전통시장·상점가 상인들이 모인 자리에선 올해 신규 선정된 사업이 과연 자신들에게 실효성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당장의 매출부진이 문제인데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과 마케팅사업을 지원할 인력 한사람이 더 추가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냐는 말도 있었다.

지자체·관련 기관의 지원 목적과 현장에서 상인들이 바라는 지원과의 차이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 볼 수도 있다. 또한 당장의 생계유지가 우선인 영세 상인들에게 역량강화나 마케팅사업은 먼나라 얘기처럼 들릴 지도 모른다.

물론 여건변화에 맞춰 상인들 역시 변해야 살 수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부분 고령인데다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가게를 운영한 사람이 많다보니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가 많다. 전통시장 상인교육을 맡았던 한 관계자도 “상인들에게 시장별 특성과 업종에 따라 교육을 진행해도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바뀐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전통시장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전통시장의 위기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관계 기관에서도 선정된 지원사업이 상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을 줄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사자인 전통시장 상인들과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할 때다.

서정혜 경제부 sjh3783@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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