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과일급식’이 교육계와 농업계의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농업관련 공약 중 하나로 전국 초·중·고 학생들에게 2교시가 끝난 후 간식으로 국내산 과일을 제공하는 정책 도입을 약속했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는 생소해 보일 수 있지만 과일 학교급식이 갖는 의미와 효과를 들어다보면 국가적으로 매우 유익하고 의미있는 공약임을 공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국 1만2000여 초·중·고등학교의 660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대부분 학교에서 저가입찰로 식재료를 구매하기 때문에 국내산 농·축산물보다는 값이 싸고 품질이 떨어지는 외국산이 납품되어 학생들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 급식을 통해 과일을 학생 간식으로 제공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학교급식의 질적 개선을 이뤄낼 분수령이 될 것이다.

현재 과일급식은 학생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과 영양공급을 위해 학교급식에 신선한 우리과일을 공급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수입과일에 입맛이 길들여진 요즘 학생들에게 우리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일깨워 미래의 소비자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최근 국내 과일시장에 수입산 과일 점유율이 50%에 육박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과수농가들에게 안정적인 판로 제공은 물론,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과일 소비 확대에도 숨통을 터줄 것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중1~고3) 중 1일1회 이상 과일을 섭취(과일주스 제외)하는 비율은 2005년 32.6%에서 2016년 23.2%로 크게 감소했다. 반면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2009년 12.1%에서 2016년 16.7%로 증가해 과일급식 확대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2002년부터 과일급식을 시작했다. ‘학교식당개선운동’ ‘신선 과일·채소먹기 프로그램’ ‘학교 아침급식 프로그램’ ‘여름푸드 프로그램’ ‘어린이·성인 돌봄푸드 프로그램’ 등이 있다. 미국농무부(USDA)는 2010년 ‘건강하고 굶주림 없는 아동 법안’을 마련하여 과일섭취를 2배 이상 늘리도록 했고, 최근에는 로컬푸드와의 연계성을 강화해 과일급식을 추진하고 학교농장을 통해 자체적으로 과일을 조달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3000만명 이상의 아동들이 USDA의 ‘전국 학교급식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신선과일을 정기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과일급식사업이 현재는 국내산 과일 사용과 ‘후식’개념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절대적인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간식’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할 것이고, 학교급식은 물론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 이르기까지 국내산 과일의 공공급식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효율적·효과적·지속적인 농업정책을 도입하여 ‘한국 미래를 이끌어 갈 아동과 청소년들의 건강 증진’ ‘힘겨운 농업에 새로운 활력 부여’ 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길 기대한다.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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