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월화극 ‘써클: 이어진 두 세계’가 지난 27일 마지막회 시청률 2.5%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사진은 드라마 방송 장면.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작가들 뛰어난 상상력에
SF드라마 불모지 한국서
새 영역의 가능성 보여줘

SF드라마라면서 특수효과는 없었고, 외계인을 등장시켰지만 초능력은 발끝만 잠깐 보여주고 사라졌다.

하지만 SF드라마의 불모지 한국에서 적은 예산으로 의미있는 시도를 했다.

보여줄 수 없는 부분은 깨끗하게 포기했고, 대신 이야기로 새로운 영역을 노크했다.

이만하면 SF드라마로서의 구색은 갖췄다.

적어도 ‘용두사미’라는 소리는 안 나오게 마무리를 잘했다.

온갖 특수효과로 무장해 어마어마한 돈의 위력을 과시했지만 이야기는 엉망진창이라 혹평이 쏟아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에 비하면, 작가들의 역량에 주목할만하다.

4명의 작가가 집단 창작으로 하고,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를 히트시킨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감수한 tvN 월화극 ‘써클: 이어진 두 세계’가 한국형 외계인 드라마의 출발을 알리며 막을 내렸다.

27일 마지막회 시청률은 2.5%(닐슨 유료가구)로 첫회의 2.9%에 못 미쳤지만, 이같은 이야기로 12부 내내 2% 전후의 시청률을 유지한 것 역시 성과다.

2017년의 세계와 2037년의 세계를 두 개의 파트로 나눠 전개하는 친절하지 않은 이야기, 밤 12시가 넘어 끝나는 등 편성과 대형 스타 하나 등장하지 않는 캐스팅임에도 ‘써클’은 ‘시카고 타자기’나 ‘내일 그대와’를 누르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은 화면 밖에 놓였고, 외계인이라는 생명체는 기억과 능력을 잃어버려 ‘써클’은 이렇다 할 특수효과가 사실 필요하지 않았다.

허공에 대고 컴퓨터시스템을 조작하는 시늉만 종종 해댄 게 이 드라마가 보여준 ‘SF’의 전부.

대신 드라마는 외계 생명체가 장착하고 지구에 들어온 ‘기억 조작술’에 초점을 맞춰 과학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탐욕이 결합하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수효과의 자리를 채운 작가들의 상상력과 이야기 구성능력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억 조작술’의 방법을 설명하거나 구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나쁜 기억은 없애는 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것에 살을 붙여나가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회 2회를 남기고 갑자기 복제인간마저 등장시켜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 ‘배포’가 우습지는 않았다.

또 완전히 ‘인간화’된 줄 알았던 외계인이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지구 밖 신호에 반응한 것도 드라마의 수미쌍관을 완성했다.

‘없는 살림’에 연기로 열연한 여진구, 한상진, 김강우 등의 활약도 드라마를 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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