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울산시청

▲ 울산시 청사 전경.

1970년 중앙동서 신정동으로 이전
2005년 세무서 자리에 신청사 건립
본관을 비롯한 3개의 건물로 구성
본관 건물 1층 위치한 울산시홍보관
역사·산업·생태환경·관광 한눈에…
실개천 흐르는 햇빛광장 쉼터로 각광

잿빛빌딩 사이로 햇살이 비집고 들어와 도시를 깨우고 저마다의 일터로 나가면 비로소 도시의 아침은 시작된다. 오랜 시간의 흐름 속에 단련된 능숙함으로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도시의 심장인 시청도 예외는 아니다.

1970년 현재 중앙동 주민센터 자리에 있었던 울산 구 시청사에서 신정동에 이전 신축할 당시 이곳은 못이었다. 대개 국·공유지였던 연못이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쓸모가 적어지게 되자 새로운 도시기반시설 용지로 전용되어 예산 절감효과까지 가져왔을 것으로 추측된다. 시청 건물이 이곳에 자리 잡은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 일 것이다.

현재 시청은 본관건물을 비롯해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청사가 낡고 좁아 2005년에 세무서를 허물고 그 자리에 신청사를 건립한 것이 현재 본관으로 사용되는 건물이다. 본관 1층 모서리에 343㎡(약 104평) 규모의 홍보관이 위치하고 있다.

▲ 울산시청 본관에 위치한 홍보관.

1회 방문만으로도 울산의 대략적인 이미지를 담아갈 수 있으며 울산의 역사, 산업, 생태환경, 관광, 도시모형 5개의 존으로 2013년 5월 문을 열었다. 주로 외곽에 위치한 근무지와 달리 도시중심이어서인지 최첨단 기술 장비를 갖춘 때문인지 한결 긴장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마음 한 편엔 누군가에게 콘크리트 벽에 기대어 쪽잠을 자듯 잠깐이라도 쉬어서 가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로비 한 쪽에 마련된 쉼터에 아침잠이 없는 어르신 두 세분이 자판기 커피로 서로의 안부를 물으시는 모습을 보며 안내데스크를 지나 홍보관으로 들어갔다. 인사를 하듯 깜박이는 조명은 2분 간격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면서 울산의 낮과 밤을 나타낸다. 불 꺼진 울산은 공단의 불빛으로 채워지고 어둠속에서도 잠들지 않은 사람들이 있음을 되새겨준다.

공단을 비롯한 울산 전역을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1500분의 1로 축적한 도시모형이 바닥과 일부 벽에 제작 설치되어 관람객들은 그 위를 걸으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 주요건물, 공원 등 찾아보는 재미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찾기 힘든 경우에는 옆에 있는 모니터를 눌러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이외에도 울산 둘러보기라는 테마의 모니터 두 대가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다.

▲ 실개천을 중심으로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 햇빛광장.

모니터 뒤쪽으로 꾸며진 패널을 통해 고대에서 근대까지 주요사건 중심으로 울산의 역사적 흐름을 알 수 있는데 기원전 3~2세기 진한에 속했던 울산은 조선시대 태종 13년(1413년)에 전국적으로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지면서 울주(蔚州)에서 울산(蔚山)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고 한다. 울산이란 정확한 명칭이 처음 등장한 것이 이때부터라 할 수 있다.

전시물로는 근대에 울산이라는 이름위에 산업도시라는 또 하나의 이름이 덧붙여진 계기가 되는 1962년 울산 공업센터 선언문과 가수 김상희가 불러 울산아가씨의 대명사가 된 울산큰애기 레코드판이 있다. usb에 음악파일을 담는 요즘 빗소리를 내는 레코드판은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작사가 탁소연은 돈을 벌기 위해 홀로 서울로 떠난 남편과 떨어져 살면서도 한눈 팔지 않고 착실하게 사는 울산의 어느 며느리 사연을 듣고 노랫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내 이름은 경상도 울산 큰 애기 상냥하고 복스런 울산큰애기” 혹자는 태화강, 동천강, 약사천 세 강이 흐르는 반구동 일대에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하얗고 통통해 예쁜 반구동 아가씨를 서울에서 온 상인들이 울산큰애기라 불렀다고도 한다.

레코드판 옆으로 산업화의 상징 포니자동차와 대서양의 남작을 뜻하는 애틀랜틱 배런(Atlantic Baron)호 모형과 더불어 공업탑 사진도 볼 수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은 1970년대 초 조선소 건설자금을 위해 영국 선박컨설턴트업체 A&P애플도어를 찾았다. 롱바텀 회장을 만난 정주영회장은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 그림을 보여주며 설득해 차관에 성공했다는 이 신화같은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고 우리에게 자긍심을 일깨워 주는 일화이다.

한편 ‘세상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있었듯이 울산으로 들어오는 모든 차량은 공업탑을 지나쳐갔다. 울산의 인구가 50만이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다섯 개의 기둥을 세웠다는데 지금은 인구 120만 정도의 광역도시로 거듭난 울산의 모습에 감회가 새롭다.

이렇듯 숨 가쁘게 달려온 울산의 모습을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네 개 언어로 생태와 산업 두 영상물로 담아낸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는데 내국인 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IT융합교수 세분이 감탄과 부러움을 자아내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애니메이션도 준비되어 시청을 찾는 꼬마손님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점심시간에 시원한 커피 한잔을 들고 시청마당을 거닐어 보았다. 졸졸 흐르는 실개천을 따라 은행나무와 배롱나무에서 시작해 매화나무, 서향나무, 구갑죽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식재되어 눈과 코와 귀를 즐겁게 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들려달라 아우성이지만 울산이 자생지로 임진왜란때 가토 기요마사가 토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진상하기 위해 가져가 교토 지장원에서 키워진 나무가 있다. 바로 오색팔중산춘으로 다섯가지 색깔 여덟 겹으로 피었다가 한 잎씩 산산이 떨어진다고 해 붙은 이름이라 한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오색팔중산춘을 1992년 일본 춘사에서 발견해 한국으로 옮겨져 울산시청에 심어졌다고 한다.

실개천에는 버들치와 민물검정망둑을 비롯한 열다섯 종류의 민물고기도 살고 있다.

공사로 인해 휴식공간이 좁아지고 앞마당도 주차장으로 변해 조금 답답한 면이 없지 않으나 더 나은 모습으로 기대하며 하루빨리 소박하고 편안한 예전의 쉼터가 되었으면 한다. 장현 울산시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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