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탈원전·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전기요금 인상 우려
환경·폐기비용 등 고려한 균등화발전비용은 석탄>원전>LNG>친환경 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ㆍ6호기 건설 잠정 중단 등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탈(脫) 원전·친(親) 환경’ 에너지 정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정부가 발전용 유연탄 세율 인상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장에는 석탄과 원전의 연료비가 싸 발전비용이 덜 들고 전기요금 인상에 미치는 압박의 정도도 낮다.

그러나 환경 및 폐기비용 등을 모두 감안할 경우 석탄이나 원자력 발전보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사회적 비용이 오히려 더 낮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2일 정부 및 관련학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탈원전·친환경 대체에너지 정책 이행을 위한 세제개편 방향으로는 발전용 유연탄 세율 지속 강화, 유연탄 수입·판매부과금 신설, 원전 연료 개별소비세 과세 또는 부담금 부과 등 석탄 및 원전 발전의 세부담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주요 에너지원에 대한 세금부과 현황을 보면 유연탄에는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만 부과되지만 LNG에는 관세와 수입부가금, 안전관리부가금 등이 추가로 부과된다. 원자력은 관세는 물론 개별소비세도 내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해 세제개편에서 미세먼지 주범인 석탄발전의 비중을 낮추기 위해서 발전용 유연탄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율을 높였다.

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더 낮춰야 하는 만큼 유연탄 개소세율을 더 올리거나 원전 연료에도 개소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 경우 각 발전원별 연료비 단가가 상승하면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발전원가만 따지면 석탄이나 원전이 더 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탄소세 등 환경비용과 폐기비용 등 전체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 발전원별 적정 비중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과 영국 정부가 발표한 발전원별 균등화발전단가(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지표가 대표적이다.

균등화발전단가는 발전소의 설계, 건설, 운영, 자금조달,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비용을 총발전량으로 나눈 발전원가를 뜻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미국 발전소들의 균등화발전단가를 분석한 보고서(Levelized Cost and Levelized Avoided Cost of New Generation Resources in the Annual Energy Outlook 2017)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오는 2022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최신 발전소들을 기준으로 석탄과 LNG, 원자력, 신재생(풍력, 태양광)의 발전단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신재생에너지 중 풍력의 균등화발전단가가 2016년 기준 메가와트시(MWh)당 52.2달러로 가장 저렴했고, LNG(56.5달러), 태양광(66.8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원자력의 균등화발전단가는 MWh당 99.1달러, 석탄은 무려 140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엄격한 온실가스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석탄발전의 경우 탄소제거설비 등을 갖춰야 해 건설비가 급격히 올라간다. 원전의 경우에도 안전비용 등을 충족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전체 균등화발전단가가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정부도 비슷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가 발표한 보고서(ELECTRICITY GENERATION COSTS)에 따르면 오는 2025년 가동 예정인 영국 발전소들의 평균 MWh당 균등화발전단가는 지난해 기준 풍력 61파운드, 태양광 63파운드, LNG 82파운드, 원자력 95파운드, 석탄 138파운드로 나타났다.

MWh당 발전원별 연료비는 원자력 5파운드, 석탄 24파운드, LNG가 40파운드로 원전이 싸고 LNG가 비싼 한국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유지비, 탄소세 등 각종 환경비용을 반영한 최종 발전단가에서는 순위가 역전되는 것이다.

영국은 균등화발전비용을 계산할 때 원전 폐로 비용 등을 원가에 반영했다. 우리나라는 저렴한 전기요금을 유지하기 위해 연료비 단가가 싼 발전원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전기를 사들여 판매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환경이나 폐기 등 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여지가 적다.

김승래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재정학회 주최로 열린 ‘새 정부의 환경 관련 세제 및 재정 개혁 방향과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대기오염 저감 등 에너지 부분 정책환경 변화와 관련 쟁점을 재점검해 제반 사회적비용을 체계적으로 반영하는 적정 국가에너지믹스와 조세믹스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단기적으로는 유연탄 및 원전 연료, 경유 과세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전기과세와 탄소과세 등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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