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취향에 맞춰 몰입도 높인
SF·스릴러 등 통칭 ‘장르소설’
국내·외 신간 서점가에 쏟아져

 

무더위와 함께 열대야를 식혀 줄 장르소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신작은 물론 작년 이맘때 국내에 처음 소개돼 선풍을 일으킨 외국 작가들도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스릴러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로 한국 독자를 처음 만난 노르웨이 작가 사무엘 비외르크는 장편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황소자리)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상징 코드가 인상적인 살인사건을 베테랑 수사관 홀거 뭉크와 파트너인 미아 크뤼거가 추적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노르웨이의 숲 속에서 열일곱 살 소녀 카밀라 그린이 숨진 채 발견된다. 두 팔은 특이한 각도로 비틀리고 입에는 백합꽃을 물고 있다. 촛불로 밝혀진 시신 주변은 새의 깃털들로 가득하다. 스컹크라는 닉네임의 해커가 찾아낸 동영상 속에서 카밀라 그린은 감금된 채 커다란 쳇바퀴를 돌리며 동물 사료로 연명하고 있었다. 치밀하게 연출된 사건 현장의 기괴한 상징들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작가 피터 스완슨도 새 <아낌없이 뺏는 사랑>(푸른숲)을 내놨다. 작가의 2014년 데뷔작이다.

나이 마흔에 멍하니 하루하루를 보내는 조지는 느닷없이 사라졌던 첫사랑 리아나를 만난다. 조지는 변함없는 리아나의 매력에 순식간에 빠진다. 하지만 사랑과 연애는 생존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리아나는 조지를 범죄의 수렁으로 끌어들인다.

“조지가 어떤 역할, 아주 작은 단역을 할 수 있고, 그 일을 하게 하려면 그저 예쁜 모습으로 바에 앉아 겁에 질린 척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려는 리아나를 통해 작가는 선악과 도덕에 대한 독자들의 생각을 뒤흔든다.

척박한 환경에서 한국 장르문학을 떠받치고 있는 두 작가, 김보영과 도진기도 새 책을 냈다.

 

김보영의 장편 <저 이승의 선지자>(아작)는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배움을 이어가는 선지자와 그 제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SF소설이다. 선지자는 제 몸뚱이 일부를 나눠 아이를 낳고, 그들의 생을 짜고 배움을 선도하는 존재다. 일종의 가상현실인 하계에 깊이 몰입한 이들에게 타락이라는 질병이 만연한다. 선지자들은 하나로 이어진 인격체를 타락으로부터 보호한다.

소설은 이승과 저승을 포함한 우주 전체가 가이아처럼 하나의 생물이며, 분열과 합일의 논쟁이 벌어진다는 세계관을 토대로 했다. “저승에 물리적인 ‘삶’이 있고 생태계가 돌아간다면 어떤 형태일지를 고민하다가 ‘불멸의 생물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에 생각이 미쳤다” 비슷한 주제를 담은 단편 ‘새벽 기차’와 외전인 ‘그 하나의 생에 대하여’도 함께 실렸다.

‘추리소설 쓰는 판사’로 활동하다가 올해 초 변호사로 전업한 작가 도진기는 장편 <모래바람>(시공사)으로 ‘진구 시리즈’를 이어간다.

탐정 진구는 의뢰인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어린 시절 둘도 없는 단짝이자 라이벌이었던 연부를 마주친다. 둘은 아버지를 따라 실크로드 탐사를 함께 했지만 불의의 사고로 두 아버지를 잃고 연락이 끊긴 사이였다.

진구는 대형 투자회사 대표로부터 아들 애인에 대한 뒷조사를 의뢰받지만 그 여성이 연부라는 사실을 알고는 거절한다. 선악 구분이 모호하고 지적유희에만 반응하는 천재성을 지닌 ‘백수 탐정’ 진구의 과거와 비밀이 밝혀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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