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정미 울산 북구보건소 소장

필자는 2016년 8월 정든 병원 생활을 뒤로 하고 보건소장이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주위에서 보내는 우려의 시선과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두려움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걱정보다는 새롭게 펼쳐질 앞날에 대한 기대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처음 보건소장으로 발령받은 곳이 이곳 울산 북구다.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곧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하는 길은 멀지만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태풍과 지진 등 발령 후 연이어 터진 재해와 복구 비상근무는 생소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나를 공무원으로 만들었다.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던 구청장님, 업무적응에 힘이 돼 주셨던 부구청장님, 그리고 늘 따뜻하게 함께 일하는 보건소와 구청 직원들. 북구민 건강을 책임지는 북구 보건소장으로서 나의 업무는 그렇게 시작됐다.

‘주민들이 느끼는 보건소에 대한 이미지는 어떨까?’ 보건소장으로서 필자의 고민이 시작됐다. 보건소는 의료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곳, 보건증이나 운전면허적성검사를 하는 곳 정도로만 알고 있는 주민들이 많다. 북구보건소는 7개 담당 아래 직원은 40명 정도가 근무한다.

관련되는 업무는 40개가 넘을 정도로 큰 조직이다. 기본적으로 임신 및 출산, 예방접종, 정신건강, 치매, 결핵, 의약관리, 감염병 관리, 건강증진 사업 등을 추진하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세부 업무로 불철주야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다.

북구보건소의 슬로건인 ‘100세까지 생생하게 함께 가는 북구’는 WHO에서 내린 건강의 정의인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한 상태를 말한다.(Health is a complete state of physical, mental and soci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와 닮아 있다. 북구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기 위해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분야가 ‘지역 주민의 건강수준 향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건강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미래의 보건소는 과거의 질병치료적인 관점에서 탈피해 건강증진 및 건강불평등 완화,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복지와 환경, 도시계획, 교통, 교육, 체육 등 여러 분야와 협력해야한다. 또 지역사회자원을 활용하고 주민참여와 주민주도 사업을 위한 주민역량강화에도 나서야 한다. 지역주민의 생애주기별 특화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건강증진의 효과를 거둬야 할 때다.

북구는 올해 출범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을 넘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주민들이 있어야 한다. 공직생활을 시작한 북구에서의 초심을 기억하며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주민들의 웃음과 행복 가득한 삶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난 교육 때 어느 교수님으로 들은 말을 다시금 떠올리며 내 임무를 마음에 새겨본다.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수준은 해당 지역의 보건공무원의 수준을 결코 뛰어넘을 수 없다’.

손정미 울산 북구보건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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