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시리아 문제 등 논의할듯…“북핵 동결 위해 러시아 압박해야”

▲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진행중 정상회담 성사…미러관계 앞날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만남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오는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의 정상회담을 한다.

이를 위해 토머스 섀넌 미 국무차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만나 사전 조율에 들어갔다.

두 정상의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성사됐다.

부동산 재벌이자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푸틴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이들의 첫 대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질서를 좌지우지할 ‘스트롱맨’들의 첫 공식 회담이라는 점과 미국 내에서 특별검사 수사까지 진행 중인 ‘러시아 스캔들’의 당사자들이라는 점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이날 ‘트럼프와 푸틴, 세계의 형태를 만들 수 있는 만남’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두 사람은 상대방을 위협하고 힘의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남자다움을 과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고, 정치적 묘사에서 보디랭귀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이들의 공통점에 초점을 맞췄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국방부 국제안보차관을 지낸 데릭 숄레이는 CNN에 “두 정상의 만남에서 올림픽에 나갈 수준의 마초적이고 가식적인 행동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두 사람 다 터프함의 상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롱맨’들의 첫 회담인 만큼 국제 현안들의 해법을 놓고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벌어질 전망이다.

특히 북핵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대북제재 역할에 대한 실망감을 공개 표출한 가운데 러시아가 보다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3일 모스크바에서 만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으며,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최근 러시아 언론에 한반도 긴장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치들을 담은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 ABC 뉴스에 따르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 국제 테러리즘, 시리아 사태, 북한 핵위협 등의 이슈와 관련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모색할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USA투데이도 이날 보도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 시리아 내전, 테러 조직들과의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 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정상회담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읽어야 할 현안별 조언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해 북한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에게 (북한의) 핵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배치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해야 한다”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을 위해 푸틴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가 중국에 압력을 가하도록 압박하라”고 말했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신들이 더욱 주목하는 포인트는 러시아의 작년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층 더 악화한 양국 관계의 회복 가능성이다.

ABC뉴스는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관료 사이의 공모 가능성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고 미러 관계가 냉전 후 최악으로 묘사되는 가운데 첫 회담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번 회담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비판론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냉전 시대의 적을 너무 부드럽게 대하는 징후가 있는지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크렘린궁이 회담을 앞두고 오바마 전 정부 시절 단행된 러시아 외교공관 폐쇄 문제를 본격 제기해 주요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유리 우샤코프 푸틴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외교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폐쇄된 미국 내 러시아 외교공관 2곳의 반환을 정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 러시아 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할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번 회담을 대하는 양국의 태도가 천양지차라는 점도 흥미롭다.

러시아 외교협회(RIAC) 회원인 막심 수츠코프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외무부는 3월부터 외교정책 전문가들을 초청해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제안하거나 요구할 것들에 대한 견해를 ’브레인스토밍‘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특별한 어젠다가 없다. 대통령이 언급하고 싶어하는 어떤 것이라도 의제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정상회담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와의 회담과 다를 것이 없다”고 언급, 지나치게 안일한 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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