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사회·경제적으로도 큰 손실
갈등 해소 다양한 해법 모색을

▲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본부장

인류 역사 발전에 사회갈등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하는 질문에는 갈등이 사회발전에 순기능을 했는지 아니면 역기능을 했는지 보는 관점·접근방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역사 발전이 갈등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갈등론자의 입장에서는 갈등의 순기능을 강조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는 기능주의자 입장에서는 역기능을 말할 것이다. 인류 역사는 많은 갈등과 긴장속에서 사회발전의 진퇴를 거듭해 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는 1962년 제 1차 경제개발계획 이래 20~30년 동안 연 평균 7~10%대의 고도성장으로 사회구조의 변화를 경험하면서 점차 다양하고 심각한 사회적 갈등에 노출돼 왔다. 압축성장이라 불리는 우리의 경제성장 이면에는 계층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보수와 진보간의 갈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어두운 그늘에 노정돼 왔음을 부인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양한 욕구의 분출과 복합적인 이해상충으로 특징되어지는 현 시대에는 민주화, 세계화, 정보화 등으로 그 갈등의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복잡해졌다. 이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이래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심화되는 상황이며 이로 인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노동 등 사회 전반적인 측면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경제적 비용이 만만찮다. 경제적 비용으로는 첨예한 갈등으로 인한 정책결정과 시행의 지연, 생산의 중단 등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을 들 수 있고 비경제적 비용으로는 갈등 당사자 간의 상호불신으로 인한 공동체의 사회적 자본의 잠식이라는 계량화하기 힘든 큰 손실을 들 수 있다.

일례로 영남권 신공항 건설 이슈는 1990년 정부는 김해공항의 수요 증가에 따른 신공항(영남권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게 되는데, 이는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다뤄질 만큼 관련 지역 내에서는 민감한 이슈였다. 부산광역시는 가덕도를, 대구·울산·경북·경남은 밀양을 지지하면서 유발된 갈등은 2011년 신공항 건설 백지화라는 정책의사결정으로 이어졌으나 관련 지역 간 갈등은 심화됐다. 이후 2016년 정부는 사업 타당성재검토 끝에 김해공항 확장으로 영남권 신공항을 대체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표면적으로나마 갈등이 해소된 사례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긴 시간동안 갈등을 겪으며 발생한 경제적, 비경제적인 사회적 비용은 계량화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금액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국내 사회적 갈등의 예방과 해결을 통해 경제 전반의 추가적인 손실을 최소화하고 무엇보다도 신뢰의 상실이라는 사회적 자본의 손실을 막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첫째, 갈등의 효과적인 예방과 관리를 위한 법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시급하다. 우선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사업 또는 사안에 대한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정책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갈등관리전담기구를 설립해 갈등 해소를 위한 전반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갈등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갈등조정기관(가칭)’을 설립해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갈등해결과 대안제시의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적 갈등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어 그 해결 방법도 유형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데 갈등관리전담기구에서 이러한 정책 대안 제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셋째, 공공정책 사업 추진시 선호·비선호 사업을 묶어 정책 패키지화함으로써 갈등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지자체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비선호 사업의 추진이 지연되고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호·비선호 사업을 정책 패키지화해 연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이러한 구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지금세대는 다음세대에게 건강한 공동체로 우리 사회를 물려주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갖고 갈등해소를 위한 대화와 노력에 임할 때 발전되어지고 성숙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동휘 월드비전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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