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블랙리스트’ 윤이상 탄생 100주념 기념 공연도 이어져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식재된 동백나무를 보고 있다. 동백나무는 이번 순방길에 통영에서 김 여사가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희 작곡가(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시간) 독일 방문 일정 중에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며 그가 남긴 음악 세계와 업적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이상은 한국 출신 작곡가 중 국제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다.

▲ 윤이상 (1917~1995) 선생의 고향인 경남 통영에 위치한 '윤이상 기념관'에 전시된 윤이상 선생의 흉상과 윤이상 선생의 업적을 설명한 사진자료.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념 논쟁에 계속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재독 동포 오길남에 대한 탈북권유 논란, 북한 정권의 윤이상 추대 등까지 겹쳐지며 그의 음악은 한국 땅에서 연주되기조차 쉽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에 실제 ‘윤이상평화재단’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나라 밖에서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시킨 세계적 현대 음악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유럽 현대음악의 첨단 어법으로 한국적 음향을 표현하는 데 도전했으며 작품 속에 동양의 정중동(靜中動·조용한 가운데 어떠한 움직임이 있음)의 원리를 녹여내기도 했다.

지휘자 최수열은 “여태껏 제대로 연주되지 않은 것을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며 “윤이상은 전통 악기나 특수 악기 없이 기본 오케스트라로 매우 전통적인 소리와 음향을 빚어낸다”고 설명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제희는 “윤이상은 분명 서양 기보법으로 자신의 음악적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가 사용한 하나의 음에는 발생과 전개, 성장, 끝맺음 등 동양적 사고가 담겨 있다”며 “윤이상 음악에는 딱 그만의 색깔과 사운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늘 고향 통영의 바다와 흙이 음악 세계의 기초가 됐다고 말했지만, 동백림사건 이후 끝내 고국 땅을 다시 밟지 못한 채 이국에서 눈을 감았다.

▲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묘소를 찾아 참배한 뒤 윤이상 제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박영희 작곡가(왼쪽부터) 홀거 그로숍 윤이상 제자, 발터 볼프강 슈파러 국제윤이상협회장, 김정숙 여사.

김 여사도 이 때문에 참배에 앞서 통영에서 공수한 동백나무를 묘비 바로 앞에 심었다.

김 여사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가져오게 됐다”고 말했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김 여사는 “저도 음악을 전공해서 윤이상 선생의 음악을 잘 알고 있다”며 “음 파괴가 낯설긴 하지만 작곡했던 선배들은 물론이고 저도 관심이 많았다. 학창 시절 음악 공부할 때 영감을 많이 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한편,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음악계 이곳저곳에서도 그의 음악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코리안심포니는 오는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죽음에 관한 두 개의 교향시’라는 주제 아래 윤이상의 ‘화염 속의 천사’ 등을 연주한다.

‘화염 속의 천사’는 독재 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갈망하며 분신자살을 한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해 윤이상이 1995년 발표한 교향시다.

국내에서 이 곡이 연주된 것은 서울시향(1999년), 부산시향(200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서울시향은 다음 달 15일 광복절 기념음악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윤이상의 ‘예악’을 선보이고, 첼리스트 고봉인은 오는 9월 14일 금호아트홀에서 윤이상 특별 무대를 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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