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EPA 체결로 유럽시장 우위...美-FTA 재협상 가능성 긴장감

▲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의 하나인 자동차산업이 각종 대내외 악재에 위기를 맞고 있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수출부두 선착장에서 자동차 선적 장면. 경상일보 자료사진

日-EPA 체결로 유럽시장 우위
美-FTA 재협상 가능성 긴장감
中-사드보복 여파 판매량 부진
韓-현대차 노조 파업투쟁 수순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의 하나인 자동차산업이 각종 대내외 악재에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와 철강 제품에 대한 한미FTA 재협상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최근 경제동반자협정(EPA)을 타결해 자동차의 유럽 수출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체계·THAAD) 보복 여파 등으로 해외 판매량이 부진한 상황에서 현대자동차 노조는 파업투쟁 수순을 밟고 있어 하반기 지역 자동차산업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日-EU EPA 타결로 국내 車 유럽 수출 빨간불

9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지난 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일본과 EU의 EPA 체결로 EU의 일본 자동차 수입 관세(10%)는 협정 발효 후 7년에 걸쳐 완전히 철폐되며, 또 자동차부품에 부과된 3~4%의 관세는 협정 발효 즉시 철폐된다.

무역협회는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먼저 EU와 FTA를 맺고 현지 시장을 공략해온 한국 산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국내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의 주력공장이 소재한 울산도 타격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울산지역의 대(對)EU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 2014년 9억6100만달러에서 2015년 9억1600만달러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9억5000만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울산지역의 대EU 전체 수출액 69억2200만달러의 13.7%를 차지하는 수치다. 지역의 대EU 수출액(74억5400달러→69억220만달러)이 감소한 상황에서 자동차의 수출액은 늘고 있는 셈이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4억8900만달러로 작년 수출액의 절반 가량을 달성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역협회 울산지역본부 관계자는 “EPA 발효 7년 후 일본 자동차 관세가 완전히 철폐될 경우 이미 우리 업체의 2배 이상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 중인 일본 자동차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돼 울산지역 자동차의 대EU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FTA 재협상 문제도 車·철강 1순위

한미FTA 재협상 문제도 자동차업계에는 큰 위험요소가 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언급한 가운데 타깃은 자동차와 철강 분야가 될 전망이라는 게 산업계의 시각이다.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합의된 사실은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언급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드러냄에 따라 사실상 재협상 수순으로 접어들었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154억9000만달러로 미국의 한국차 수입액(16억8000만달러)의 9배에 달한다. 울산의 지난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54억69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대미 자동차 수출액의 35.3%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판매량이 219만대로 중국의 사드 보복 등의 여파로 해외판매량이 9.3%나 하락하면서 전체적으로 8.2% 줄어들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상반기 판매량은 34만6360대로 7.4% 감소했다.

한편 이런 가운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지난 6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가 하반기 지역 자동차산업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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