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열어가는 울산의 베이비부머
(9) 공무원 퇴직 후 양봉업 도전 박언기씨

▲ 농업기술센터 퇴직 후 양봉업에 본격 도전한 박언기씨.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농업기술센터 근무하면서
배 농가 도우려 직접 배워
취미로 해오다 본격 도전
올봄 꿀 720㎏ 수확·판매
귀농·귀촌교육 수업도 맡아

울산 울주군 청량면에서 양봉장을 운영하는 박언기(62)씨는 불과 2년전까지 울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근무하던 공무원이었다. 농기센터에서 배 담당 주무관으로 일하면서 과수 결실 불량으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를 돕기 위해 직접 양봉 기술을 배워 농가에 보급하던 게 그의 주 업무였다. 배운 양봉기술로 10여년간 취미활동을 해오던 박씨는 지난 2015년 퇴직후 본격 양봉업에 뛰어들었다.

박씨는 “배 뿐만 아니라 딸기, 토마토, 참외 등 과수작물에는 벌이 과수 결실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양봉 기술 보급을 시작했다”면서 “취미로 양봉업을 하던 농기센터 선배와 책을 보며 정보를 모았고,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양봉장을 찾아다니며 기술을 터득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그는 아침 일찍 나와 벌통을 살피고, 채밀(採蜜)시기에는 새벽 5시면 양봉장에 나와 꿀을 모으는 등 열성적으로 임했다.

그는 “양봉은 소규모로 하면 아침, 저녁에 돌보는 것만으로 충분해 직장인들의 취미생활로도 제격”이라면서 “기술만 잘 익히면 많은 자본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장점이 많아 퇴직 후 양봉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꾸준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밤꿀을 마지막으로 올해 채밀이 끝난 박씨의 양봉장에서는 현재 내년 채밀을 위한 벌 군집 관리가 한창이다. 벌통마다 한 마리씩 입식된 여왕벌을 교체하고, 산란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봄철 채밀시기에는 벌집 한 통에 8만여 마리까지 군집이 늘지만, 지금은 1만 마리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박씨는 오랜 양봉경험을 살려 농업기술센터에서 올해 처음 열린 귀농·귀촌교육 양봉반 수업도 맡아 진행했다. 이론 교육은 물론 실제 박씨의 양봉장을 찾아 현장실습도 곁들여 수강생들의 호응도 높았다.

청량면에 위치한 박씨의 양봉장에서는 5월초 아카시아꿀을 시작으로 5월말부터는 잡화꿀, 6월초부터 6월말까지는 밤꿀이 수확된다. 올봄에는 720㎏ 가량의 꿀을 수확해 판매했다.

그는 “벌은 생명체이다보니 정직하게 정성을 들인 만큼 수확물인 꿀을 가져온다”면서 “채밀시기에는 일손이 바쁘고, 여름철에는 날씨가 더워 양봉장 관리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내년 봄 수확철 벌을 키우는 시기라 정성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양봉에 도전하는 이들에게 “양봉도 다른 농사와 마찬가지로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면서 “도심지보다는 벌의 이동반경인 2㎞ 내에 밀원이 다양하고 풍부한 곳에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씨는 올해 50통 규모로 꾸리던 양봉장을 내년에는 100통 규모로 두 배 가량 늘릴 계획이다. 그는 “양봉은 오랫동안 이 분야에 종사해온 농업인들의 경험에 의한 전수가 대부분”이라면서 “기본적인 교본은 있지만 지역마다 기후가 달라 이론만으로는 부족하다. 시기별 벌 군집관리, 여왕벌 만드는 법 등 세부적인 기술에 관한 이론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