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기 지방의 주택시장 붕괴 불보듯
서울-지방 주택시장 양극화 해소 위해선
좁은 국토 이점 삼아 균형발전 구현해야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전 언론인

정부는 서울 주택부동산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아파트대출요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주택문제는 지금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문제에 다름아니었다. 고도성장기 산업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언제나 서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분당 일산으로 대표되는 신도시 건설은 물론 세종시 건설도 따지고 보면 서울에 쏠리는 부동산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눈을 지방으로 돌릴 때가 되었다. 우리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해온 과거, 인구의 서울 쏠림현상에 불구하고 지방도 제조업 공장을 중심으로 한 근로자의 주택수요 때문에 지방부동산시장 또한 서울만큼은 아니었지만 꾸준히 성장했다. 고도성장기에는 서울에서 넘쳐난 부동산수요가 수도권을 거쳐 지방대도시와 중소도시로 흘러들었고 지방의 자체수요도 뒷받침되었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그나마 지난 10년간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저금리 덕분에 부동산시장이 정책적으로 버텨왔지만 그 약발도 끝나간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한국도 금리인상에 앞서 부동산대출규제부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정책환경변화에도 불구하고 지탱가능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불황일수록 그동안 저금리 덕분에 지방까지 몰려갔던 투자수요가 서울로 되돌아갈 뿐 아니라 지방의 토박이 수요까지도 서울로 몰려들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도 서울은 버틸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인구절벽으로 머잖아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빈집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 뻔하다. 일본의 경험을 보지않더라도 빈집문제가 지방중소도시부터 불거질 것이라는 예측은 상식이다. 산업기반이 약한 소도시 외곽에는 이미 빈 학교에 이어 빈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처럼 중소도시의 주택시장을 조금만 내다보면 이미 신규주택건설을 규제해야 할 시점이지만 지방의 현실은 오히려 반대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대량공급의 길이 막힌 주택건설업체들이 지방으로 진출,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한물간 고층주상복합 아파트 세일에 열을 올려온 결과 중소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이 속출, 대량빈집으로 이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방 지자체들은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감도 못잡고 있는 형편이고, 중앙정부도 오로지 서울의 부동산대책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따지고 보면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시장은 수요가 늘 있기 때문에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율조정기능이 작동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가 너무 세심하게 개입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정부는 지방, 그중에서도 수요와 공급의 기반 자체가 너무 작아서 시장원리가 작동하기도 힘든 중소도시 주택문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지방 부동산시장은 주택 수급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울 및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중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지방 중소도시 주택시장의 붕괴는 시간문제일 뿐이다. 일본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지방에는 빈집이 속출하는데 도쿄, 오사카 양대 도시의 집값은 오르는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해결할 방법이 있다. 일본에 비해 작은 국토를 장점으로 활용하면 길이 보인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일일생활이 가능한 구조이다. 전국의 도시를 고속철로 한개의 도시처럼 연결이 가능하다.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지방 거점도시는 물론 중소도시까지 고속철로 연결해 ‘서울의 전국화, 전국토의 한 개 도시화’를 세계 최초로 구현할 수 있다. 싱가포르가 좁은 도시국가이지만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듯이 우리도 좁은 국토를 오히려 발전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지방과 서울의 주택시장 양극화해소는 물론 그동안 정치적 슬로건에 거쳐온 ‘지역균형발전’이 구현될 것이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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