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생태도시로 거듭난 울산
디자인 가미해 고부가가치 창출
도시브랜드화 위해 머리 맞대야

▲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연일 후덥지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럴 땐 시원한 청량음료 한잔이 생각나기 마련. 요즘은 수많은 제품이 널려있지만 여전히 청량음료 시장에서는 코카콜라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1886년 최초로 개발된 이래 오늘 날까지 코카콜라가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것은 톡 쏘는 첫맛도 강렬하거니와 기발한 병 디자인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기도 하다.

1915년에 고안돼 단숨에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여인의 주름치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바로 그 잘록한 디자인이다. 좋은 디자인의 가치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디자인이 제품의 가치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곳이라면 패션 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일례를 들어보자. 흔히 바바리코트로 불리는 트랜치코트는 원래 1차대전 당시 혹독한 참호생활을 견뎌내야 했던 영국군 장교들을 위한 방수복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넉넉한 품, 소매를 여미는 끈, 양 어깨의 견장, D자형 벨트고리 등의 독특한 디자인이 다 전투 용도와 연관돼 있다. 이것이 중후한 남성미의 상징으로 부각돼 종전후 민간 패션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Burberry도 일약 세계적인 브랜드로 부상했다.

사실 어떤 상품이든 명품과 그렇지 않은 것이 갖는 기능상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양자를 구별짓는 결정적인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 상품 뿐이랴. 지구촌 대다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인 도시 또한 다양한 디자인이 펼쳐져 있는 공간이다. 호주를 가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시드니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조가비 모양의 하얀 지붕을 이고 있는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릿지를 떠올리게 된다. 뉴욕에는 조각품이기도 하고 건축물이기도 한 자유의 여신상이 절묘한 디자인을 뽐내며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다.

독특한 사례도 있다. 스페인 빌바오시는 한때 제철과 조선산업으로 흥성했던 공업도시였지만 1980년대 이후 이들 산업의 침체와 함께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독창적인 디자인의 건물 하나가 쇠락해가던 이 도시를 살려냈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해 20세기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물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단지 이 미술관 하나에 힘입어 빌바오는 특급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시는 어떤가. 서울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무엇이 떠오르는가. 한강변의 아파트숲, 광화문광장, 롯데월드타워, 어느 것이든 도시 브랜드로 꼽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개성이 없고 디자인이 변변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10년전에 오세훈 당시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기치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자 시도했던 것도 이같은 문제인식에서 비롯했을 것이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이 정책이 당초 의도대로 지속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 점에서 보면 울산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과거 공업도시의 우중충한 이미지를 벗고 깨끗한 생태도시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태화강의 변모가 그 중심에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많은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시야를 넓게 갖고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려고 애썼기 때문에 오늘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제 광역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울산은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그 길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 총체적인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는 여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구석구석에 개성있는 디자인을 입혀 부가가치를 키우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울산도시공사도 ‘미래를 디자인하는 공기업’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그 길에 기꺼이 앞장서고자 한다.

최연충 울산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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