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들꽃학습원

▲ 들꽃학습원 전경.

울산교육청이 보유한 폐교 20곳중
10개교는 자체활용 4개교는 임대중

척과초 서사분교의 들꽃학습원
2만5744㎡의 식물생태 학습공간
연간 방문객 13만명 달해
우수 폐교 활용 사례로 꼽혀

초등학생 대상 들꽃체험교실은
4~11월 매월 둘째·넷째 토요일 열려
겨울엔 오물조물공작교실
꽃축제는 해마다 개최 야생화 분양도

하나의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학생이 모자라서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그 곳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농촌인구의 감소가 낳은 산물로 폐교가 많이 생겨났다. 1982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국에 3678개의 학교가 폐교의 아쉬움을 맞았다. 같은 기간 울산에도 25개교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업단지에 편입되거나 장소를 옮긴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더 이상 학생이 오지 않아서였다.

▲ 꼬리명주나비 생태학습장.

교육청은 폐교를 매각하거나 임대 또는 자체 활용하고 있다. 어떤 경우건 그 용도는 교육, 복지, 문화, 공공체육, 소득증대 등으로 제한된다. 학교가 지역주민들 삶의 일부라는 점이 존중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 날의 추억 공간을 잃어버린 폐교 졸업생들의 섭섭한 마음을 달래려는 배려도 고려되었음직하다.

울산교육청이 보유하고 있는 20개 폐교 중 자체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은 서사분교, 내와분교 등 10개교이고, 4개교는 임대중이며, 6개교는 매각 또는 자체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체 활용중인 폐교 중 계곡이나 바닷가 등 경관이 좋은 곳은 야영장이나 수련장으로 쓰고, 그 외는 대부분 체험 위주의 교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 수생식물원.

이들 중 울산은 물론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곳이 척과초등학교 서사분교에 들어선 들꽃학습원이다.

“자연은 지상의 건축물이다. 자연의 일체는 가장 아름다운 균형과 조화로 건설되어 있다”고 로댕이 말했듯, 폐교에 자연의 아름다운 건축물인 들꽃학습원을 꾸민 발상은 시민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자연을 가꾸고 보존하는 일은 최고의 가치를 지닌다. 그 가치의 실체를 찾아 들꽃학습원 나들이를 나섰다.

▲ 곤충생태체험관

2001년 문을 연 들꽃학습원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식물생태 학습공간이다. 2만5744㎡의 부지에 교과서에 나오는 식물이나 울산 인근의 야생화 위주로 초화류, 수목류, 농작물류 등 총 800여종의 식물이 심어져 있다. 학습원은 학생들의 자연관찰 탐구학습, 교원, 학부모, 시민의 연수 및 휴식을 위한 공간으로서의 몫을 톡톡히 하느라 연중 분주하다. 연간 방문객이 13만 명 정도라니 울산의 가볼만 한 곳 10선에 들만도 하다.

학습원에 들어서니 시설과 수목을 관리하는 사람들 중에서 유독 반기는 이가 있었다. 교감 시절에 초임으로 맞았던 K교사로 여기에 파견 근무 중이란다. 보릿짚 모자를 쓰고 리어카를 끌고 있는 H원장도 구면이다. 더위도 아랑곳 않고 현장에서 몸소 힘든 일을 마다않는 원장의 학습원 사랑이 감동적이었다.

▲ 야외 식물원의 해바라기꽃.

K교사를 따라 야생화원, 양지식물원, 덩굴식물원, 수목원, 농작물원 등을 둘러보았다. 최악의 가뭄으로 나무들이 목말라 하면서도 제 할 일인 양 잎들이 팔랑팔랑 수만의 부채가 되어 우리를 반겨주었다. 수목이 산소를 내뿜으며 남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되라고 가르친다. 싱싱한 노랑어리연꽃이 가득 찬 수생식물원을 둘러보며 징검다리가 예뻐서 몇 번이나 건너보았다.

꼬리명주나비생태학습장에 들렀더니 거북이가 연못 안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데 좋은 사람이 올 때만 모습을 보인다는 K교사의 농담이 싫지 않았다. 꼬리명주나비애벌레가 까만 모습으로 쥐방울덩굴의 잎을 갉아 먹고 있었다. 작고 까만 애벌레가 8월쯤 나비가 되면 나비 날리기 행사를 한다니 많은 어린이들이 참가해서 나비 등에 꿈을 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태화강 민물고기 전시장.

건물 앞 잔디밭에 뒹굴고 싶은 충동을 뒤로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 현장학습, 교원연수, 환경관련 행사 등에 활용하고자 영상학습실, 식물탐구학습실, 곤충생태체험관, 곤충학습실, 태화강민물고기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때맞추어 태화강민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자마자 많은 물고기가 일시에 모여드는 광경이 어른 눈에도 신기한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장수풍뎅이. 우렁이, 다슬기, 도롱뇽, 물땡땡이, 장구애비, 누에고치 등 수많은 곤충이나 애벌레들이 꿈틀대는 곤충학습실도 흥미로웠다. 방문객들이 야외 식물원만 보고 가기가 일쑤인데 실내 시설들을 꼭 보고가면 좋겠다는 말을 K가 덧붙였다.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식물생태학습은 현장 관찰과 영상교육 위주로 연중 실시된다. 들꽃체험교실은 초등학생 대상으로 4~11월까지 매월 둘째, 넷째 토요일에 30명 정원으로 열린다. 체험학습 내용은 식물모종 심기, 밀사리, 민물고기 체험, 옥수수와 감자 삶아먹기, 고구마 수확, 연 만들기 등으로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겨울에는 오물조물공작교실을 4일간 개최하기도 한다. 10명 이상 단체객이 요청하면 전문 식물해설사가 해설도 해준다. 또한 해마다 꽃 축제를 열고, 100여 기관에 2만 본의 모종을 분양하는 등 사라져 가는 야생화를 재배, 보존, 보급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 들꽃학습원 전경.

소수의 학생들만 보듬었던 분교가 들꽃학습원으로 변신하여 넓고 포근한 품으로 수많은 꽃과 나무를 품어 안고 학생들과 시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으니 단연 돋보이는 폐교활용 사례임에 틀림없다.

▲ 이선옥 수필가·전 문화관광해설사

지난 해 상북초등학교로 통폐합되면서 폐교가 된 3개교 중 길천초등학교는 유아들의 인성함양을 위한 놀이공간인 ‘꿈자람놀이터’로 변신했다. 또, 학생들이 다양한 미술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담은갤러리’가 궁근정초등학교에 탄생됐다. 교육청이 폐교를 매각하거나 임대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한 것은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새로 생겨난 시설들이 들꽃학습원처럼 소담스런 꿈을 활짝 피워 폐교의 안타까움을 잠재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연찮게 아는 분들을 만나 들꽃학습원 구경을 제대로 하고 향기로운 차도 얻어 마신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었다. 이선옥 수필가·전 문화관광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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